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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경제 큰그림부터 그려라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1 17:37

수정 2017.06.11 20:51

휴대폰 기본료 폐지.최저임금 인상에만 집중하다가 … 4차산업혁명.경제활성화 놓칠라
문재인정부, 경제 큰그림부터 그려라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여 만에 사실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주요 부서의 업무보고를 마무리짓고 100대 국정과제 로드맵를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엽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혀 당초 제시한 큰 청사진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정기획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정위가 휴대폰 기본료 폐지를 비롯해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주택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에만 매몰돼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새 정부가 공약으로 밝힌 4차 산업혁명 플랫폼 구축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확충, 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성화, 가계부채 해결 등 큰 그림은 뒷전으로 밀린 채 논란만 가열되고 있다.

우선 휴대폰 기본료 폐지 논란이 가열되면서 4차 산업혁명 플랫폼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휴대폰 기본료 폐지와 관련한 공약에 대해 진정성 있는 보고를 하지 않는다며 휴일인 지난 10일까지 확실한 방안을 마련해 가져오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개호 경제2분과위원장은 미래부 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진전된 안이 나왔지만 아직 미흡하다"고 밝혀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국정기획위는 2세대(2G), 3세대(3G) 가입자들의 기본료를 우선 폐지하고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들의 기본료 폐지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통신사들은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중요한 4차 산업혁명 플랫폼 구축을 위한 논의는 지난 9일 단 한 차례 세미나가 열렸을 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핵심인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가능하려면 통신사가 망을 깔고 그 위에서 구현되는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기술 등이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AI)을 실제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통신요금 인하로 갈등을 빚고 있는 통신사들이 적극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또한 국정기획위가 밀어붙이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관련 공약도 업계와 갈등이 심화되면서 일자리창출 및 경제활성화를 위한 협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정기획위가 지난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했으나 김문식 중기중앙회 이사(한국주유소협회 회장)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한 인상"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기업인들을 대변하는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도 "큰 그림으로 보면 지금 조금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속도조절을 요구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새 정부가 '3대 근본대책과 7대 해법'을 제시했지만 당초 공약에 없던 LTV, DTI 강화 목소리만 커지면서 종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이 지난 2014년 8월부터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를 50∼60%에서 70%로, DTI는 50%에서 60%로 완화한 조치가 다음달 말 종료됨에 따라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다시 LTV를 50∼60%로, DTI는 50%로 환원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LTV와 DTI를 환원시킨다고 해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대출규제를 강화할 경우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동산 경기 및 내수 침체로 이어질 수 있고 다중채무자, 저신용계층은 사채 등 금융 사각지대에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는 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파장과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대책을 함께 검토해 종합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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