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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추경 11조, 기업 여윳돈 700조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2 17:10

수정 2017.06.12 17:10

文대통령 일자리 시정연설.. 규제 풀면 수백조 푸는 효과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으로 시정연설을 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일자리 대책을 서두르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해서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다. 올 4월은 무려 11.2%다. 지난해 최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9.8%나 감소했다. 문 대통령은 절박하고 시급하다고 했다.
1호 경제정책으로 일자리 추경을 꺼낸 이유다.

정부는 이번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으로 1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소득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마중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럴 경우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각각 0.2%포인트씩 올리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내심 3%대 성장도 기대하는 눈치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이유는 야당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야당은 이번 추경이 자연재해 등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데다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과 가능성은 높다. 추경이 국회에서 무산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국회 통과가 빠를수록 좋다. 야당도 실업의 심각성은 인정하는 만큼 심사는 깐깐히 하되 큰 틀에서 협조하기 바란다.

이번 추경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무원 일자리다. 올해 새로 뽑는 공무원만 1만2000명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엔 이들의 인건비가 빠졌다. 채용 교육 등에 필요한 80억원만 반영됐다. 내년부터가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1만2000명 채용에 연간 45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국민 부담이다.

괜찮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에서 나온다. 그런데 새 정부는 노동개혁이나 규제개혁 부분은 언급조차 없다. 그나마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혁신성장을 얘기했을 뿐이다. 그러니 대기업들은 곳간에 현금을 쌓아둘 뿐 투자와 고용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30대 그룹 상장사들의 유보금이 700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 수준이다. 비상장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금을 써서 만드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마중물 역할로 끝나야 한다. 정부가 최대 고용주가 되겠다는 생각은 빨리 접어야 한다.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위원회나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기업에 '비정규직 없애라'고 호통만 칠 게 아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 곳간에 쌓인 여윳돈의 투자 물꼬를 터줘야 한다.
700조원의 10%만 투자해도 70조원이다. 11조 추경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규제개혁은 세금 안 쓰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가장 좋은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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