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스포트라이트 사법피해자, 공권력에 무너진 삶]

독일의 형사보상, 非재산적인 부분까지 포함해 손해배상

(5)해외 사례
통일전 동독 규정은 유지.. 한국도 통일때 고려해야
佛, 배우자 면회까지 보상.. 무죄판결 게시 제도 규정
英, 보상 비율.금액 낮고 .. 美, 대상 적용 극히 제한적

최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에게 주는 형사보상금을 늦게 지급한 경우 국가는 법정이율에 따른 지연이자까지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부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지급일 수개월이 지나서야 보상금을 준 데 따른 결과로, 그동안 우리나라 형사보상제도의 허점을 보여준 판결이라는 평가다.

더구나 현재 체계로는 폭증하는 형사보상청구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지만 관련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형사보상제도와 관련된 외국 입법례 검토 및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상 대상 폭넓게 둔 獨.佛

13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 '형사보상제도의 운영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독일 형사보상법은 구금과 관련해 재산적 손해는 물론 비재산적 손해 전부를 배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긴급체포나 구속영장 집행과 같은 신체에 대한 강제 처분뿐만 아니라 압수, 수색이나 운전면허 정지 및 직업금지의 집행도 보상대상에 포함시켰다.

다만 독일 형사보상법은 통일 이전 동독에서 행해진 형사법원의 유죄판결이나 보안처분 및 기타 형사소추처분에 대해서는 해당 법이 아니라 법 시행 직전까지 동독에서 적용됐던 규정이 적용된다. 우리도 남북 통일 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프랑스는 부당한 구속으로 인해 당사자가 입은 물질적 피해 보상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 대법원인 파기원 산하 구속보상위원회 결정으로 당사자 수입이나 기회비용 및 변호인 수임료, 주거이전 비용이나 당사자를 면회하기 위해 배우자가 지출한 교통비까지 형사보상 대상으로 인정한다.

프랑스 역시 최근 우리나라에서 신설된 명예회복제도와 유사한 무죄판결 게시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프랑스 형사소송법은 불기소 결정 또는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당사자에게 형사보상청구권이 있다는 취지와 그 내용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형사보상청구권자가 권리를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프랑스의 입법례는 향후 우리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英.美, 아직은 제한적 운영

영국은 1988년 형사정의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 법령에 따른 보상체계를 정립했으나 형사보상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보상 청구 인원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보상 지급비율도 낮아 결과적으로 보상 인원이 적고 보상액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2014년 영국 정부는 형사보상 요건을 더욱 좁게 해석하는 조항을 신설했고 형사보상 결과에 대한 사법심사를 통해 보상 결정을 받는 경우가 매우 드문 편이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총 30개주가 보상법령을 통한 형사보상을 시행 중이지만 나머지 20개주에는 보상법령이 없다. 보상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주도 일부는 지나치게 요건이 엄격하다거나 제한적인 보상액만 지급하고 있다. 또 DNA 증거에 따라 무죄판결을 받아 형사보상을 청구한 경우 높은 비율로 인용되고 있는데도 보상 청구에서 지급까지 평균 2.8년이 소요되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 검찰 차장검사 출신의 법무법인 광장 김준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형사보상제도를 운영하는 주가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은 제한적인 게 사실"이라며 "캘리포니아주만 해도 보상금이 적은 편이고 중범죄가 아닌 일반 범죄 혐의에 휘말렸을 경우 보상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국 다른 방법을 통해 본인이 무죄이고 억울한 사례로 인해 경제활동을 못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원래 무직이었던 사람은 돈을 받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것은 루이지애나, 매사추세츠, 텍사스, 버몬트주에서는 금전적 보상 외에 재사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주는 직업 소개나 훈련, 주립대 또는 전문대 교육을 지원하거나 의료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日, 제도는 비슷한데 청구인 적어

우리 형사보상법은 일본 형사보상법을 모델로 제정됐기 때문에 구속피고인에 대한 양국의 형사보상제도는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201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형사보상을 청구한 인원만 3600여명에 달한 반면 일본에서는 형사보상제도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지 않다. 일본 최고재판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2014년 일본에서 형사보상결정을 받은 사람은 60~80명에 그쳤으며 1인당 평균 보상일수는 200~500일이었다.


우리나라는 보상을 결정한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에 대해 보상금 지급을 청구하도록 제도화돼 있지만 일본의 경우 보상지급청구를 보상결정한 법원에 하도록 규정, 절차가 더 간단한 편이다. 아울러 일본은 보상결정이 확정된 경우 그로부터 2개월 이내에 결정을 받은 자의 신청에 의해 결정 요지를 신속하게 공시토록 규정해 우리보다 한층 형사보상청구권자의 권리를 신중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일본 형사보상법은 범죄인인도나 수형자 이송과 관련된 규정도 포함해 향후 우리 제도의 개선 방안에 참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예병정 구자윤 김문희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