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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위원회 마구잡이로 늘릴 일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3 17:22

수정 2017.06.13 17:22

'위원회 공화국' 재현 우려돼.. 옥석 구분해 존폐 결정하길
새 정부가 각종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무더기 정부위원회 신설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대통령 업무지시 1호로 설치된 일자리위원회를 신호탄으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넘기면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와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이 조만간 설립될 예정이다. 국정 농단을 조사할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 등 대선 공약에 따라 신설을 앞둔 위원회만 17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온갖 위원회가 난립했던 참여정부의 재판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단일 부처의 한계를 넘어 복잡한 정책과제를 해결할 컨트롤타워로서 정부위원회가 필요할 때도 있다. 민노총 등 노동계도 참여해 가동 중인 일자리위원회가 그런 경우일 게다.
그러나 가뜩이나 휴면계좌처럼 잠자고 있는 위원회가 부지기수인데 숫자만 늘리는 것은 문제다. 올 6월 현재 전체 554개 위원회 중 20%에 육박하는 106개는 지난 1년간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니 말이다. 그래도 위원회별로 수억원대의 최소 고정비용은 소요된다니 그 자체로 예산 낭비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옥상옥 격 위원회로 인해 정부의 효율성이 외려 떨어진다는 역설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위원회 성과평가 지표나 일몰조항 도입 등을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노무현정부 말 579개로 최대치였던 위원회 수는 이명박정부의 구조조정으로 2010년 한때 431개로까지 줄어들었다가 다시 슬금슬금 늘어났다. 새 정부는 이달 들어 통일준비위와 문화융성위.국민통합위 등 전임 정부가 만든 5개 위원회의 문을 닫았으나, 지금 추세대로라면 자칫 '위원회 공화국'으로 불렸던 '노무현정부 시즌2'를 맞을 참이다.

그래서는 곤란하다. 위원회 신설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더라도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예컨대 정책 융합이 필수라면 4차산업혁명위원회 신설에 누가 딴죽을 걸겠나.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를 정부위원회로 격상하는 방안은 논란거리다.
공정거래위원회라는 정부 기관이 바지저고리가 될 수 있다는 뜻만이 아니다. '을(乙)'의 피해를 구제한다는 취지가 어설픈 정치논리로 왜곡돼 소상공인 등을 더 어렵게 할 소지도 있어서다.
문재인정부는 참여정부의 그릇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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