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소득주도성장론과 일자리

지난 12일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이 있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의 불가피성과 시급성을 국회와 국민에게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호소했다는 점은 과거에 흔히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정부 정책 추진에 있어 이 같은 소통은 언제나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추경안에 대해서는 야당의 반대가 강하다. 경직성 예산이 장기간 소요되는 공무원 증원을 위해 추경을 편성할 수 없다는 것이 반대의 요지이다. 게다가 야당은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현 경제상황은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을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필자는 대통령 시정연설 중 다른 어떤 부분보다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라는 내용에 주목한다. 이는 현 정부가 주창하는 성장론을 대표하는 문장이다.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성장의 추진력을 얻고자 하는, 소위 '소득주도 성장론'을 정책적으로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당의 대선공약 및 당내 몇몇 핵심인사들의 발언을 감안하면 이 '소득주도 성장론'은 이번 추경안뿐만 아니라 다른 여타 정책들에 녹아들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계획도 '소득주도 성장론'의 정책적 구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론에 야당이 근본적으로 인식을 달리할 경우 향후 많은 정책에 있어 여야 간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소득주도 성장론'은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공인된 경제이론-이 아니며 실증적으로도 타당성이 인정된 적도 없다. 이 성장론을 지지하는 국내외 학자 그룹이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케인지안 총수요 이론을 '소득주도 성장론'의 범위에 포함시켜 이 성장론의 학문적 타당성을 강조하고자 하지만, 케인지안 총수요 이론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단기 총수요 정책이며 장기 성장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지속적 경제성장은 땀과 노력이 투입된 기술혁신, 물적.인적 자본 축적 등의 요인에 의해 견인되었다. 더구나 주력 제조업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가 한국 경제의 중요한 문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위적으로 만든 일자리가 지속성장의 마중물이 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실업률 증가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기적 일자리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인력 확대가 필요한 공공부문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대응과 일자리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 해결은 분리될 필요가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타당성에 대한 인식 차가 큰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통한 일자리 부족 해소와 성장의 추구는 빈번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성장에서 나온다. 성장을 견인할 혁신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해온 규제개혁, 노동개혁 등 공급 측면의 정책들이 재정을 활용한 일자리 수요 정책들과 함께 제시되어야 비로소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정치적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