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코리아 프리미엄’을 기대하며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4 17:16

수정 2017.06.14 17:16

[차장칼럼] ‘코리아 프리미엄’을 기대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직역하자면 '한국 할인'이다. 국내기업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에 비해 낮게(discount) 형성돼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10여년 전 처음으로 증권기사를 작성할 당시나 지금이나 많이 쓰는 문구 중 하나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듣기 싫고, 쓰기 싫은 문구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 달리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7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 수준이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의 PER와 PBR가 17.6배, 2.2배이고 MSCI 신흥국지수 역시 각각 12.8배, 1.6배다.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한국증시가 선진국 및 신흥국 중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은 남북관계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노사관계 불안 등이다. 그중에서도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1% 남짓한 지분을 가진 총수가 기업의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취약한 기업지배구조의 구원투수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등장했다. 책에는 기업가치 향상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기관투자자의 역할규범으로 정의돼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기관투자자들이 소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주로 배당 확대를 포함한 주주환원정책 강화, 이사회 독립성 제고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이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크게 증가했다. 토픽스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이 2013년 1.6%, 26%에서 2016년 2.1%, 34%로 높아졌다. 그만큼 일본의 주가도 올랐다. 닛케이지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1년 동안 3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정 부분 해소되고, 증시 재평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6년 말 기준 20% 선인 한국증시의 배당성향이 대만 수준(54%)으로 올라갈 경우 PER는 13배를 넘어서고, 코스피지수가 단박에 310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만능열쇠는 아니다. 강제규범이 아닌 탓에 법적 구속력도 없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잘하면…'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질 때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 기업의 경영이 주주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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