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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용카드 ‘정치 수수료’ 언제까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4 17:17

수정 2017.06.14 17:17

국정기획위까지 끼어들어.. 정치의 가격개입은 무리수
오는 8월부터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 적용기준이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우대 수수료율 적용기준을 영세가맹점은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중소가맹점은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이럴 경우 영세.중소 가맹점 45만여곳의 수수료 부담이 연간 3500억원 정도 줄어든다. 한 곳당 80만원꼴이다. 하루 전인 13일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이다.


새 정부 첫 금융정책인 카드수수료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최저임금 1만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니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지난 1일 일자리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뒤 2주 만에 안을 만들고 입법예고까지 했다.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강행해 신용카드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국내 카드사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실제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2014년 2조2000억원, 2015년 2조원, 작년에는 1조8000억원으로 내리막길이다.

무리수가 무리수를 낳는 악순환이다. 2020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3년 새 54%를 올려야 한다. 이를 보완하려고 들고나온 게 카드수수료 인하다. 수수료 산정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5년 전 개정된 여전법에 따라 금융위는 2012년 여름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35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봤다. 3년 주기로 적격 비용을 고려해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카드수수료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를 더 내리라고 압박하면 부가서비스 축소 등 소비자의 편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들이 인력감축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런데도 국정기획위가 끼어드는 것은 정부 스스로 원칙을 깨고 시장혼란을 부추기는 일이다.

카드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원칙이다. 정부의 가격개입은 독점시장에서만 허용된다. 금융위원장이 수수료율을 정하는 여전법은 고쳐야 한다. 5년 전에도 이 조항을 두고 위헌 논란이 일었다.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원인은 따로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4월에 조사해보니 영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카드수수료를 꼽은 자영업자는 2.6%에 그쳤다.
새 정부 출범 초 의욕과잉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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