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의 한국 골프장 산책>도전과 성취감이 공존하는 솔모로CC 체리-퍼시몬코스

경기도 여주 솔모로CC 체리코스 8번홀. 이 코스는 25m 높이의 금강장송 마천루와 직벽 벙커 등으로 도전욕을 불러 일으키는 국내 대표적 남성코스다. 최근들어서는 여성 골퍼들을 위한 레이디 전용 티잉그라운드를 신설하므로써 여성 골퍼들의 내장율이 증가하고 있다.


여주(경기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허탈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만감이 교차돼서다. 플레이 내용은 좋은 것 같은데 스코어가 별로다. 스코어카드를 들여다보며 '트리플보기와 쿼드러플보기만 아니었더라면 싱글인데…'라고 때늦은 후회를 해본다. 20여년간 골프를 하면서 이런 반성이 한 두번은 아니다. 그런데 왠지 느낌이 다르다. 웃다가 울게 하는 시쳇말로 '웃픈' 코스 때문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때는 두 말할 나위없이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보다는 '내 골프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가'라는 자괴감을 들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럴 때면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다가 '다시 한번 도전해야겠다'는 오기가 발동된다. 마치 최면에 걸리듯 그 매력에 서서히 빠져 들게 된다. 엄청난 중독성이 아닐 수 없다. '소나무 무리'라는 지역의 옛 지명을 골프장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경기도 여주 솔모로CC(대표이사 김동진) 체리-퍼시먼 코스다.

솔모로CC는 1991년에 36홀 회원제 코스(파인-메이플, 체리-퍼시먼)로 개장했다. 처음 이름은 한일CC였다. 5년여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2006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개장 초기만 해도 체리-퍼시먼은 동코스, 파인-메이플은 서코스로 불렸다. 체리-퍼시먼은 파인-메이플과 비교했을 때 남성적 코스로 평가 받는다. 그린 언듈레이션과 업다운이 심하기 때문이다. 두 코스 모두 골프장의 상징인 소나무가 많은 게 특징이다. 그냥 소나무가 아니다. 높이가 20m 이상인 금강장송이다.

체리-퍼시먼 코스는 체리 1번홀(파4)부터 골퍼들을 압도한다. 티잉그라운드 양쪽으로 금강장송이 도열해 있다. 대부분 홀 티잉그라운드에는 이렇듯 소나무와 메타세콰이어가 줄지어 서있다. 마치 마스터스 개최지인 오거스타내셔널GC 티잉그라운드를 연상케한다. 1번홀 그린 앞으로는 크리크가 흐른다. 그리고 그린은 폭이 좁다. 따라서 두 번째샷이 정확하지 않으면 온그린이 쉽지 않다. 첫 홀부터 파를 잡기가 쉽지 않다.

체리 2번홀은 전장은 짧지만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 메타세콰이어 한 그루가 턱하니 버티고 서있다. 그린 바로 앞은 해저드여서 멀리서 보면 아일랜드홀 처럼 보인다. 게다가 그린은 구겨질대로 구겨져 있어 온그린이 쉽지 않다. 설령 레귤러온에 성공했을지라도 투퍼트를 장담할 수 없다. 체리 3번홀(파4)은 이른바 '몬스터 벙커'로 유명하다. 그린 앞으로 높이 2.8~3.8m의 직벽 벙커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체리-퍼시먼 코스 공략의 백미는 체리 5번홀(파4·493야드)이다. 이 홀은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 골프장 17번홀(로드홀)과 아주 흡사하다. 먼저 홀 구조가 비슷하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렉 홀인데다 티잉그라운드에서 페어웨이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홀이다. 티잉그라운드 앞에는 전에 그늘집이었던 건물이 하나 있는데 티샷 포인트라는 점에서 세인트앤드류스 올드코스 호텔과 같은 역할을 한다.

티샷이 페어웨이에 안착됐더라도 레귤러온이 쉽지 않다. 그린을 공략 루트에 25m 높이의 소나무들이 마천루 숲을 이루고 있어서다. 다시 말해 티샷 비거리가 짧으면 거리상 그린을 한 번에 공략하는 게 어렵고 너무 길면 비구선을 가로 막고 서있는 소나무 때문에 투온이 안된다. 한 마디로 이래저래 레귤러온이 쉽지 않은 홀이다. 이 코스에서 열렸던 KPGA코리안투어 메리츠솔모로오픈에서 많은 프로들의 무덤이 되었던 홀이다. 그러니 주말 골퍼들은 보기를 범해도 행복한 홀이다.

체리 5번홀은 플레이어에게는 '마의 홀'로 불리지만 지역주민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온정이 넘치는 홀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늘집으로 가는 카트길 좌우측에 있는 논에서 수확한 쌀 전량(100포대)을 매년 관내 불우이웃돕기에 기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모로CC는 이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15년간 이어져 오고있는 경로잔치, 장학금 전달, 연말 불우이웃돕기, 사랑의 연탄 배달, 그리고 골프 발전을 위해 메리츠솔모로오픈과 KLPGA투어 OK저축은행박세리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하고 있다.

체리-퍼시먼의 매력은 이 뿐만 아니다. 퍼시먼 1번홀은 우리나라 골프장 중에서 전장이 가장 긴 파3홀로 블랙티 기준 245야드, 레귤러티에서도 자그만치 221야드나 된다. 많은 골퍼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이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심한 오르막의 퍼시먼 2번홀을 마치고 나면 길이 200m의 터널을 만나게 된다. 터널을 지나면 3개홀이 있는데 그것을 여하히 공략했느냐에 따라 귀로 때 터널의 벽은 '통곡의 벽' 혹은 '통쾌의 벽'이 될 수 있다.

솔모로CC 체리-퍼시먼 코스는 이렇듯 국내에서 보기 드문 난코스다. 그런 이유로 파인-메이플 코스에 비해 그동안 선호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코스에 대한 골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클럽측의 다양한 시도 때문이다. 특히 여성 골퍼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우선 체리 5번홀과 퍼시먼 4번홀에 레이디 티잉그라운드를 신설한 것이 눈에 띤다. 또한 여성 골퍼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하고 있다. 성취감을 전제로 하지 않는 도전은 없다.
솔모로CC 체리-퍼시먼 코스는 골퍼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한번 도전을 향한 결기를 품게 된다. 그리고 씨익 웃어 본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