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캠프정부’를 넘어 ‘정당정부’로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5 17:11

수정 2017.06.15 21:59

[데스크 칼럼] ‘캠프정부’를 넘어 ‘정당정부’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당선이 확정되자 더불어민주당 선거상황실을 방문, 이번 정부는 "문재인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라고 선언했다. 노무현정부 때의 당정분리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지닌 문 대통령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인식이었지만, 정당정치와 책임정치라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의 인식은 높이 평가받았다.

역사적으로 한국정치는 정당정부(parliamantary goverment)의 원리보다는 캠프정치의 원리가 주도해왔다. 정당을 통해 정권창출을 실현하기보다는 개인적 인맥으로 이뤄진 선거캠프 중심의 정치가 주를 이뤄온 것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대통령들은 거의 선거캠프를 구성해왔다. 통상 선거캠프의 사람들은 후보자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인수위를 거쳐 정부나 청와대로 옮겨간다.
그래서 대통령과 함께 내각과 당을 통괄하는 정치를 한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집권당의 정책과 별 상관없는, 사실상 정당정부와 거리가 먼, 개인정부가 된다. 정부는 기존정당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정치적 책임성과 단절하게 되는 것이다.

국정을 장악한 캠프인사들은 또 국정운영을 후보자 개인과 그에 대한 충성심으로 대체시킬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집권당의 연속성은 강조되지도 않고, 정당의 이념과 비전은 발휘되지 못한다. 선거캠프가 정당의 이념과 비전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이건 정치의 중심인 정당정치의 후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캠프가 중심이 돼 선거운동을 펼치면, 당은 뒤로 빠지고 외부의 선거 전문가들이 선거를 주도하게 된다. 당은 선거 때부터 곁으로 비켜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권 후반기가 되면 같은 당이라도 미래권력으로 부상된 세력은 현 정권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 정권의 비리가 터져나오기라도 하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뒤에 후보 중심의 새로운 정당을 또 신장개업하는 식이다. 이것이 한국정치의 악순환 구조다.

정당정치 차원에서 볼때 대통령 개인이 지배하는 것은 '공적 지배'라는 헌법상의 원리가 아닌 '사적 지배'를 허용하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특징인 '대표'와 '책임'의 원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통치는 정당의 정체성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서울대 박원호 교수는 캠프정치를 극복하려면 정당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치학자 박상훈은 민주주의는 복수의 정당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서로 경쟁하면서 평화적으로 번갈아가면서 집권하는 체제라며, 그래서 어떤 개인이 아니라, 어떤 정당이 집권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게 좋은 정치라고 규정한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수석과 장관급 등 제1기 내각 인선이 마무리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인선의 가장 큰 특징은 소위 캠프 출신들이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데 있다. 중앙일보가 조사한 자료에 인선된 장관급과 청와대 수석들의 캠프출신 인사비율은 각각 61%, 73%에 달했다. 국정운영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대통령과 철학이 맞는 측근 인사들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지나치면 책임정부와 정당정부의 원리는 깨진다. 집권당이 대통령 의존적인 정당에서 벗어나 행정부의 운영을 주도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정치의 미래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대통령 개인정부' '대선캠프 정부'를 넘어 '정당정부'의 원리를 실현하는 정부가 되길 기원한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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