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순사 아닌 경찰로 거듭나려면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5 17:15

수정 2017.06.15 17:15

[기자수첩] 순사 아닌 경찰로 거듭나려면

"경찰이 14만명입니다. 인원이 많다보니 일부에서 불상사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비율을 따져보면 일반인 범죄율보다 경찰 범죄율이 훨씬 낮습니다."

경찰 관계자들로부터 많이 듣는 말이다. 범인으로 오인한 시민 폭행, 미성년자 성매매, 음주운전 등 경찰 관련 비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경찰 체면이 말이 아니다. 문재인정부의 고강도 검찰개혁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경찰 입장에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은 검찰개혁에 따라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숙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사권 독립에 인력 증원, 처우개선까지 새 정부 출범으로 경찰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전환기를 맞았다.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경찰은 조직 내 만연한 갑질을 청산하고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살수차를 참수리차로 개명하고 직사살수를 제한하기로 하는 등 인권 경찰로 변모하기 위한 각종 대책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터지는 크고 작은 경찰 관련 사건, 사고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킨다. 물론 모든 직원을 일일이 관리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인원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이 순사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마구잡이로 권력을 휘두르는 경찰을 비하하는 말이다. 수십년이 흘렀지만 많은 국민의 인식 속에서 경찰은 여전히 순사에 머물러 있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4점 만점에 2.2점이다. 검찰(2.0점)과 법원(2.1점)에 비해 약간 나을 뿐 여전히 낮다.

경찰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사회의 공공질서와 안녕을 보장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 또는 그 일을 하는 조직이다. 필연적으로 높은 청렴도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인원이 많든 적든 일반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찰이라면 누구나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경찰이 순사가 아닌 경찰답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과 비교는 안 된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경찰은 새 정부의 공공일자리 늘리기 공약에 따라 인력 증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스스로 도덕성과 경각심을 높이는 교육 강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국민신뢰 확보는 물론 인력 증원 및 위상 강화는 요원할 것이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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