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부동산 중개업소 단속 효과있나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5 17:15

수정 2017.06.15 17:15

[기자수첩] 부동산 중개업소 단속 효과있나

"(단속 나온다니) 우선 피하고 봐야죠."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세가 등을 알아보려고 취재차 들른 한 공인중개업소의 중개업자 말이다. 문재인정부가 합동단속반을 꾸려 서울 강남권 일대 불법전매 여부 등에 대한 대대적 점검에 나서면서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단속 첫 타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 때문인지 이날 중개업소 방문은 거의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불이 다 꺼진 사무실에서 3분여간 짧은 대화를 마친 뒤 문 밖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한 후에야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중개업자는 하루이틀 더 문을 열지 않고 전화상담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 주택시장의 중심인 강남구 일대 중개업소마저 '임시휴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을 보면 시장에 '긴장감'을 형성하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오전 10시면 대부분 문을 열던 중개업소들이 11시가 돼서도 불만 켜두고 문을 잠근 것만 봐도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가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왔다고 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같은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식 대응이 중개업자 사이에 빠르게 퍼지는 모습은 이번 정부의 행보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단속반이 곧 대대적 점검에 나선다는 점을 언론에 미리 알렸다. 사실상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강남권역에 집중 단속이 이뤄질 것이라는 '사전공지'를 하고 간 셈이다. 이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이 단속반이 오는 것을 대비해 문을 굳게 닫고 주변을 살핀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벌써부터 단속을 피할 각종 '꼼수' 방안까지 부동산 업계에서 떠돌고 있는 점도 정부가 사실상 '보여주기식(쇼잉) 점검'에만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 충분하다.
실제로 이미 업계에서는 중개업자들이 사무실 대신 매수자 거주지 근처 카페나 다른 사무실에서 계약을 하는 등 단속반의 점검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부동산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도록 각종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점검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각종 변수조차 대비하지 않은 현행 단속행보는 점검이 끝날 때까지 '보여주기식'으로밖에 비칠 수 없다.

jyyoun@fnnews.co 윤지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