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 Culture] 제주도만의 특색있는 여유가 예술을 만났다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5 20:36

수정 2017.06.15 20:36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백건우, 장애우 관객과 무대 위에서 공유하는 선율
포르테 디 콰트로의 화려한 무대 등 펼쳐져 성료
243개 단체 2만여명 공연 관계자 '아트마켓' 참여
제10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특별음악회로 제주를 찾은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지적장애인과 함께하는 백건우의 음악여행'을 마친 뒤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제10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특별음악회로 제주를 찾은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지적장애인과 함께하는 백건우의 음악여행'을 마친 뒤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포르테 디 콰트로'.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포르테 디 콰트로'.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과 동시에 열린 아트마켓은 공연 관계자와 관람객들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이번 아트마켓에 참가한 공연단체는 총 243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과 동시에 열린 아트마켓은 공연 관계자와 관람객들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이번 아트마켓에 참가한 공연단체는 총 243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 제주=조윤주 기자】 제주의 초여름 밤바다를 마주하고 한 손에 맥주를 든 채 잔디밭에 앉아 즐기는 오페라 '투란도트'라니. 비록 영상으로 보는 실황중계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 한창인 지난 13일 밤,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 야외정원 잔디밭에는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드문드문 앉아 오페라의 정취에 빠졌다. 강한 바람에 다소 쌀쌀했지만 가족, 친구와 즐기는 이들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그려졌다.

올해로 열돌을 맞은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제주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공동 주최한 페스티벌은 15일까지 제주 곳곳에서 아름다운 공연무대를 꾸몄다.

■제주 찾은 백건우, 포르테 디 콰트로, 고상지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공연은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무대였다. '모든 이들을 위한 축제'라는 10주년의 의미를 살려 마련된 백건우의 공연은 지적장애우 325명과 함께했다. 제주아트센터 대극장 700석이 꽉 찬 조용한 공연장에서 첫 연주곡으로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제5번 선율이 흐르던 도중, 장애우 한 명이 객석에서 갑자기 일어나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0대 중반의 나이답지 않은 천진함으로 피아노 건반에까지 손을 대는, 분명 당황할 만한 상황임에도 공연의 흐름은 깨지지 않았다. 백건우도, 객석도 그저 작은 탄성과 미소로 공연을 이어갔다. 백건우는 오히려 미소를 띤 얼굴로 이 남성을 마주보며 한 음, 한 음 연주를 공유했다. 일반 공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산만했지만 함께하는 음악이 주는 깊은 감동은 오히려 더했다.

백건우는 공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대에 올라온 장애우가) 함께 연주하고 싶어했다"며 "음악회가 아니라면 함께 앉아서 연주했을 텐데 (공연 도중이라서) 멈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백건우가 제주 무대에 선 것은 3년 만이다. 그는 이번 무대에 각별한 신경을 쏟았다고 한다. 제주시민, 특히 지적장애우들과 함께하는 자리인 만큼 철저히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기를 몇 번이나 당부했다고. 그래서인지 피아노도 객석 좌석 1열 바로 코앞에 설치한 임시무대에 놓였다.

전야제 무대에는 JTBC 팬텀싱어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가 중심이 된 '고상지 퀸텟'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최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포르테 디 콰트로'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관람객 문의가 많았던 공연이다.

■아트마켓, 축제의 꽃으로 피다

"사실 작은 공연단체가 지방자치단체나 문화예술회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만의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이런 자리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기획팀 남윤영씨의 말처럼 아트마켓은 축제의 꽃이다. 그저 축제의 화려한 공연을 즐기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공연단체와 지자체 등 관계자가 함께 어우러지며 공연시장이 더욱 활기를 띨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한 주최 측의 고민과 자부심이 한껏 묻어나는 곳도 아트마켓이었다.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은 '서울아트마켓'과 함께 연중 양대 행사로 통한다.

올해는 172개 기관, 243개 단체에서 2만여명의 공연 관계자가 모인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중 158개 단체가 아트마켓에 부스를 열고 자신들의 콘텐츠를 알리고 상담을 진행하며 쇼케이스를 통해 우수작품 20편의 하이라이트 공연을 선보였다.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올해 성과가 19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한국정보경영평가에 의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행사에서 성사된 계약건수는 총 256건으로 200억원에 육박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문연 관계자는 "아트마켓에서 어느 정도의 실제 성과를 얻느냐가 사실상 페스티벌의 위상, 지속성을 좌우한다"며 "보통 행사 이�날 오전이면 대부분 철수하는 아트마켓이 마지막날까지 이어지는 등 고무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전했다.

yjjo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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