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원전 폐로보다 방폐장이 더 급하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6 17:14

수정 2017.06.16 17:14

고준위 방폐장 손도 못 대.. 지금 착수해도 이미 늦어
부산에 있는 원전 고리 1호기가 18일 가동을 중단한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에 수명연장 10년을 더해 40년 동안 전기를 생산했다.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의 신호탄이 올랐다.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다. 우리도 큰 틀에서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다만 그 전에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원전에 쌓인 사용후핵연료, 곧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당장 고리 1호기를 멈추면 고준위 방폐물이 쏟아진다. 지금처럼 임시저장소에 보관하기엔 벅차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주민 반발을 부르는 궂은 일이다. 그래서 어떤 정치인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편한 대로 각 원전 임시저장소에 보관한다. 그런데 용량이 간당간당한다. 경주 월성원전(2019년)을 필두로 줄줄이 포화상태에 이른다. 그래서 박근혜정부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밟은 데 이어 작년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안 제출 시기마저도 늦은 편이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부지를 고르는 데만 적어도 12년이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다. 정부 계획대로 착착 진행돼도 고준위 방폐장은 일러야 2053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방폐장은 원전보다 더 기피하는 시설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정부 때 터진 이른바 부안사태를 보라. 결국 정부는 고준위와 중저준위를 나눠 중저준위 방폐장만 경주에 가까스로 지었다. 중저준위는 장갑.옷.그릇처럼 비교적 덜 위험한 폐기물을 보관한다. 한국은 전력의 30%를 원전에 의존한다. 그 덕에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비교적 싼값에 전기를 썼다. 이제 그 대가를 치를 때가 왔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서 다시 쓸 수 없다면 영구적으로 묻을 고준위 방폐장을 국내 어딘가에 지어야 한다.

새 정부 아래선 신규 원전을 짓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수명연장도 쉽지 않을 듯하다. 이미 월성 1호기는 10년 수명연장을 놓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든 변하지 않는 사실은 기존 24기 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나오고 있으며 따라서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급하다는 점이다.
손에 흙 묻히기 싫다고 뒤로 미룰 때는 지났다.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한다면 결국은 국정 최고책임자가 나설 수밖에 없다.
방폐장 건립은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