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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경제 낙관론의 한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6 17:14

수정 2017.06.16 17:14

[세계 석학에 듣는다] 경제 낙관론의 한계

세계 경제전망은 이전 한동안과 비교하면 밝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많은 민간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 금융기구들도 작년에 비해 올해 상당한 성장률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이들의 들뜬 전망은 과연 타당한가.

최근까지 대부분 거시경제 지표들이 주기적으로 성장률 전망 하향을 예고해왔다. 지금은 그 반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대표 보고서는 올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5%로 높였다.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 3.1%와 대비된다.
마찬가지로 다중지표인 브루킹스-FT 타이거지수는 '광범위하고 안정적' 회복을 가리키고 있다. 전망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이 성장전망 상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역시 잘하고 있다.

이런 전망들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하나하나 분석하기는 버거운 일이다. 그러나 예측기관들의 낙관이 어떤 이유에 근거하건 신중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말이다.

시장과 마찬가지로 예측기관들도 종종 '집단 본능'에 영향을 받는다. 특정 견해를 내세우는 애널리스트가 많을수록 그다음 애널리스트의 예측이 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다수의 다소 낙관적 견해가 광범위한 안도감에 힘입어 세를 불리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경제적 재앙이 될 것이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 어떤 경우도 무시무시한 경제적 귀결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시장의 자신감은 여전히 탄탄하고, 투자와 소비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힘을 받고 있다. 그 덕분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 그랬던 것과 달리 이제는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고도 완만한 금리인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경제적 낙관론은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슈들에 성장률이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 같은 이슈들 가운데 하나는 더딘 생산성 증가세다. 더딘 생산성 증가세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 20년간 추세 전환의 어떤 조짐도 없이 전 세계의 경제적 성과들을 끌어내려왔다. 또 다른 이슈는 경제적 불평등이다. 이는 전 세계 소득분배상 최상위 계층에 부의 집중이 심화하면서 전반적으로 악화하는 모습이다.

소득불평등은 계속해서 총수요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GDP 성장률이 단기적으로 탄력을 받아도 그럴 수 있다. 실업률 하락조차 수요를 큰 폭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수 있다. 그저 노동참가율 하락에 따른 것이어서라기보다 미국에서 흔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이는 또 다른 취약성을 가리킨다. 노동시장 내부의 취약성은 특히 청년층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기후변화도 있다. 세계는 여전히 장기성장에 가장 큰 부정적 요소가 될지도 모르는 이 문제에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산업화 이전 수준에 비해 세계 온도를 평균 2도 더 높이지 않으면서도 세계 경제를 급속히 확장시킬 수 있을까. 참여는 고사하고 기후변화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터라 우리는 아마도 실질적 해결에서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평등의 경우 해결방안은 더 강력하고 더 유연한 노동시장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21세기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디지털 기술을 가르치고, 훌륭한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또 완전히 이동이 보장되는 사회보장을 포함한 현대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 체계도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이민을 통제할 전략도 적용해야 한다.

올여름에는 성장률 전망이 더 개선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 담당자들이 깊게 자리잡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성장은 단명으로 끝나고, 더 오랜 성장둔화로 귀결될 수도 있다.

케말 데르비스 브루킹스 연구소 부소장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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