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커버스토리]1만원의 빛과 그림자…“인간다운 삶” vs “쉬지 못한채 24시간 일해야”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8 16:31

수정 2017.06.18 16:31

학교 관리직, 편의점주 실태 보니  
“한 달에 150만원 버는데 결혼자금도 모아야 하고…돈 아끼려고 하루에 한 끼만 먹습니다”
■월 130만원…하루 한 끼, 결혼도 미뤄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김영수씨(가명·31)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꿈은 잠시 미뤄두고 생계를 위해 펜 대신 몸을 쓰며 살고 있다. 2011년 졸업 후 작가가 되려 수차례 도전했지만 수년 전부터 들이닥친 취업한파로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결국 그는 경기 성남의 모 학교에서 11개월째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9시간, 주 5일 일한다. 주업무는 등·하교시간 학교통학버스에서 학생들을 인솔하는 일. 학교 청소와 순찰도 김씨의 일이다.
시급은 7100원으로 하루 6만5000원, 월 130만원이 김씨의 수입이다.

오후 4시 이후에는 기타 강습을 하고 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강습생들이 많았지만 최근 부쩍 줄었다. 이달 수강생은 2명으로, 강습료로 월 24만원을 추가로 벌고 있다.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지만 김씨가 버는 돈은 월 평균 15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학자금과 용돈을 벌기 위해 스무 살부터 아르바이트를 한 번도 쉰 적이 없다”며 “최근 글쓰기를 전혀 못하는 데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노동시간을 늘려야 할 처지여서 매일 매일이 괴롭다”고 말했다.

수입의 절반은 결혼자금으로 저축한다. 나머지도 대부분 가족과 월세를 분담하는데 쓴다. 무엇보다 김씨가 힘든 것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하루 한 끼만 먹는다. 그것도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급식으로 때운다. 점심 때 급식을 배불리 먹고 저녁식사는 거른다. 옷은 ‘폐점 창고 대방출’ 전단을 보고 대폭 할인하는 매장을 찾아가 구매한다.

그러나 시급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학교 일만으로도 월 180만원을 벌 수 있다. 저축하기 위해 참았던 여자친구와 데이트 비용도 늘릴 수 있다. 그는 “시급 1만원이 되면 결혼과 글쓰기 등 준비가 수월해지고 하루 한 끼 식사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순수입 300만원…생활비 제하면 남는 돈 없어
“알바생 시급 1만원이 되면 우리 가족은 365일 못 쉬어요”
경북 구미시에서 3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성환씨(가명·28)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이야기가 나오자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박씨는 아내, 어머니와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평일 주간에는 가족들이 직접 나와서 일을 하고 평일 야간과 주말에는 알바생을 쓰고 있다. 하루 8시간 일하는 야간 알바생에게는 시급 1만원을 주지만 하루 15시간 일하는 주말 알바생 3명에게는 시급 5800원을 주고 있다.

박씨는 “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사람을 아예 쓰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인건비 지출이 너무 커지면 수중에 남는 돈이 없다”며 “시급을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하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월 평균 수입은 6000만원 정도. 그러나 상품 매입비 4500만원에 편의점 수수료 600만원, 임대료 285만원, 인건비 300만원을 제외하면 순수입은 300만원에 불과하다. 월세 65만원, 차량 관리비 80만원, 세 살배기 아들 양육비 등 매달 고정비용을 지출하면 남는 돈은 없다. 저축도 불가능하고 취미활동은 꿈도 못 꾼다.

그나마 이달부터는 평일 야간 알바생이 그만두면서 가족 3명이 교대로 8시간씩 편의점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야간 알바가 구해지지 않아 직접 야근을 하고 있다”며 “당장 수입은 늘겠지만 힘들어서 야간 알바를 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급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박씨는 직접 일하는 시간을 더욱 늘릴 수 밖에 없다.
인건비 지출을 줄여서라도 현재 수입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수입은 무조건 마이너스"라며 “어떻게든 쉬는 시간을 줄이고 직접 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 3명이 명절에도 쉬지 못한채 나눠서 24시간 일해야 먹고 살 정도인데 혼자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 1만원시대가 되면 막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김유아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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