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美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8 17:15

수정 2017.06.18 17:15

[특별기고] 美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지난주 미국 연준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0~1.25%로 인상했다. 이에 더해 연준은 올해 추가 금리인상과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 축소 계획도 밝혔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같아졌고, 하반기 중에는 역전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안전자산인 미국국채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서 자본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자본유출 자체가 가장 큰 문제는 아니다.

외국인 채권보유액은 약 100조원으로 비중이 6.23%에 불과하고 외국인들은 양국 금리차 외에도 환율전망과 재정거래 기회, 포트폴리오 구성 등 다양한 유인에 따라 원화채에 투자한다.


연준이 금리를 올려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장기금리는 작년 11월 대선 후 빠르게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모양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2015년말에 2.2%를 넘었는데 지금은 2.1% 수준이니 금리를 네 번 올리는 동안 장기금리는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경기과열과 그에 따른 물가의 급격한 오름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발표하는 금융시장여건지수는 장단기 국채금리와 주가, 환율, 신용스프레드 등을 감안해 시장의 완화 또는 긴축 정도를 보여주는데 지수가 높을수록 긴축적이고, 낮을수록 완화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 지수가 2015년 12월에 100.43이었는데 최근에는 99.55로 통화정책 긴축에도 도리어 금융여건이 완화된 것이다. 2004년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당시 연준이 경기과열에 대응하여 기준금리를 1.0%에서 2.25%까지 다섯차례 올리는 동안 금융여건지수는 100.13에서 99.36으로 하락했고, 장기금리는 4.6%에서 4.2%로 내렸다. 정책금리를 올려도 시장금리가 하락한 이때의 현상은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로 불린다. 이후 2006년 6월까지 17번 연속 금리를 인상하면서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로 이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만큼 시장금리도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게 낫다. 금리를 올려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으면 결국엔 더욱 빠른 속도의 긴축과 그에 따른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뉴욕 연은의 더들리 총재는 금융시장 여건 자체가 통화정책의 목적은 아니지만 이것이 경제활동과 전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책결정의 주된 고려사항이라고 강조했고, 전 연준 이사였던 하버드대 스테인 교수는 연준이 지나치게 완화적 금융시장 여건을 통제하기 위해 낮은 물가상승 압력에서도 금리인상을 계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 둔화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자산축소 계획을 발표한 것은 물가부진이 일시적이라는 판단도 있겠지만 금융시장 과열을 억제하려는 목적도 내포됐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경기확장 국면의 전환에 대비하여 조기에 통화정책 정상화를 이뤄 놔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전 세계적 금융여건 완화는 부채 증가와 자산가격 급등을 초래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뇌관은 136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다. 시장금리가 점진적으로 오르면 대출수요를 억제할 수 있지만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대응이 어려워진다.
우리가 미국 금리를 유의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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