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공무원 증원의 역설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8 17:15

수정 2017.06.18 17:15

[데스크 칼럼] 공무원 증원의 역설

새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강한 추진동력을 장착했다. 공무원 17만명 증원을 위한 이른바 일자리 추경도 탄력을 받고 있다.

'문재인표 일자리정책'은 공공부문에 무게가 실렸다. 대선후보 시절 공공무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로 달려가 인천공항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며 애드벌룬을 띄웠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개설한 일자리위원회의 '일자리신문고' 홈페이지에서 "(일자리 창출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심각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일자리를 위한 최대 고용주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에서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그 배경에는 공무원과 공기업 일자리 창출을 통해 민간부문도 자연스럽게 동참하도록 하는 '마중물'로 삼겠다는 의도가 배어 있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나들며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이 100만명을 넘는 상황에서 당장 눈앞의 성과를 내는 데는 공공부문 일자리만큼 확실한 게 없다. 일자리의 질은 말할 것도 없다. 각종 복지에 정년보장 등은 민간부문에서는 따라가기 힘들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까지 해준다니 정부의 일자리 수혜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일자리를 소화할 능력만 있다면 100만명 넘는 청년에게 공직의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더구나 이들이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이 더 마음놓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새 정부의 일자리정책은 선후가 뒤바뀐 느낌이다. 민간부문은 물론 공공부문도 공무원이나 직원을 늘리려면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인력수급 계획을 만들고, 여기에 맞춰 단계적으로 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일자리 숫자만 앞세웠지 증원되는 공무원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사실 공무원 증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도 말이다. 공무원 증원은 규제 증가로 이어진다는 게 공직사회 안팎의 통설이다. 공무원이 늘어나면 '존재감'을 갖기 위해 일을 만들 것이고, 그 일은 대개가 규제 부메랑이 돼 기업과 국민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공무원 증원을 '규제생산'으로 본다. 공무원 증원정책을 폈던 참여정부 시절 규제건수가 5% 가까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새 정부에서 공무원 증원의 명분은 행정서비스 강화와 청년일자리 창출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사전에 늘어나는 공무원에 대한 행정서비스 강화와 규제 양산 방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늘어나는 공무원의 배치도 규제부처나 부서보다는 대국민 서비스 강화 취지에 걸맞게 서비스부문에 집중 배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공무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안심하고 담당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형사처벌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분을 보장하도록 하는 조항을 법령에 명시하고 있다.
한번 늘리면 그만큼 줄이기 힘든 게 공무원이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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