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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정위·재벌 못 만날 이유 없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9 17:06

수정 2017.06.19 17:06

김상조 "4대재벌 만나겠다" 소통하는 개혁이 더 바람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4대 재벌과의 만남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5일 만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재벌 저격수로 알려져 있다. 그가 재벌개혁을 강도 높게 외쳐온 문재인정부 첫 번째 공정거래위원장에 기용됨에 따라 재계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4대 재벌 면담 제안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재벌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보인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도 면담 추진 배경에 대해 "재계와의 소통을 통해 대기업집단이 사회와 시장이 기대하는 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재벌구조에 많은 변화가 닥쳐올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제 도입,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근절, 대기업 갑질 근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공약했다. 새 정부는 개혁작업의 밑그림을 준비 중이다. 그 작업이 조만간 가시화할 것이며 김 위원장이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이런 때에 개혁의 양 당사자인 김 위원장과 재벌의 만남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무현정부의 재벌개혁이 왜 실패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는 성장과 분배, 자본과 노동,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균형을 경제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혁파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결기를 내비치며 시작한 개혁작업은 불과 6개월 만에 좌초했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더욱이 문재인정부는 자력으로는 법안 하나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없는 소수파 정부다. 재벌개혁도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만남이 문제될 게 없다.

하루아침에 큰 변화를 도출할 수 있을 것처럼 성급하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시장의 혼란과 반발만 자초할 것이다.
끊임없는 소통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재벌과의 만남을 피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재벌은 소중한 국가자산이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대표선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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