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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가격인상 덫에 걸린 치킨시장--- "본사의 '오락가락 가격결정'에 가맹점만 골탕"---가맹점주들 "욕은 욕대로 먹고 장사는 안되고" 불만폭발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1 14:56

수정 2017.06.21 14:56

"욕은 욕대로 먹고 장사는 안되고···,가맹점들만 골탕 먹고 있어요."
서울 종로의 BBQ 가맹점주 김모씨는 지난 20일 "본사측의 오락가락 치킨값 결정때문에 가맹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본사로부터 치킨값을 올린다는 얘기를 듣고 가격 인상에 대비하고 있었는 데 되려 가격을 내린다니 황당할 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매출이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점포 임대료 마저 10%나 올려줘야 하는 마당인 데다 최저임금마저 크게 올린다는 얘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와 정부간에 치킨가격 인상을 둘러싼 공방과 오락가락 가격 결정으로 애꿎은 가맹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최근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2000원까지 올린 BBQ는 여론 악화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 조사에 나서자 최근 올렸던 30여 개 품목 가격을 모두 원래 가격으로 되돌렸다. 교촌치킨은 이달 말로 예고했던 치킨가격 인상 계획을 접었다.


더 큰 문제는 잇따른 가격 인상 계획 철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이 식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BBQ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실제로 이런 사건이 있으면 타격이 크다. 논란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가맹점주들은 가격인상과 관련해 "언젠가는 오를 수밖에 없는 데 욕을 먹더라도 올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면 수수료만 3000원이다. 15000원짜리 치킨을 팔아 카드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가맹점에 남는 것도 별로 없다"며 "회사 탓만 할 수 없는걸 알지만, 이렇게 장사도 안 되고 가격이라도 오르는게 낫지 않나"고 지적했다.

가격인상을 예고한 지 약 2주만에 인상 계획을 접은 교촌치킨 가맹점주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서울에서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BBQ는 가격 할인에 따른 가맹점 손실을 본사가 전액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말만 나왔다가 들어간거라 그런 것도 없다"며 지적했다. 박씨는 이어 "가격 인상이 예정됐었다는 이야기도 뉴스를 통해서 알았다. 그래서 전단지도 새로 만들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BBQ 이야기 나오면서 우리도 타격을 입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교촌치킨 관계자는 "가맹점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구책을 마련하다고 있다. 광고비 30% 인하와 콜센터 수수료를 본사가 부담하는 부대비용 지원 등이 내용이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 철회 배경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가맹점에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지금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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