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금융권의 ‘유리천장 깨기’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0 17:09

수정 2017.06.20 17:09

[특별기고] 금융권의 ‘유리천장 깨기’

지난 2003년 1월 '여성금융인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여성 금융인들이 처음 모였다. 그 후 분기마다 빼놓지 않고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여성 관리자를 늘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목표는 '유리천장 깨기'였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일부 변화의 바람에도 국내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굳건히 닫혀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여성의 활동영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모색을 추구하고 있는 이 시점에 대한민국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당선되면 내각 여성비율을 30%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남녀동수로 확대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금융권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불어온다.

일부에서는 여성들의 활약으로 이제 남성할당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여성할당제까지 시행한다면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살기에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또 "샅샅이 뒤져봐도 여성임원 대상자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내부에 많은 훌륭한 여성인재들이 존재함에도 이들을 내세울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 금융권은 여성인재가 전체 50%가 넘는데도 여성임원은 2%대에 그치고 있다. 금융의 핵심업무는 반백년 동안 남성들이 지배해 오면서 '여성임원'이 되는 게 가장 힘든 나라로 전락했다.

남성들이 주도하는 금융권은 항상 하던 대로 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며 변화를 거부한다. 경기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공을 올바른 방향으로 힘차게 차올려 주어야 한다. 여성금융인네트워크는 작년부터 국내 최초로 여성인재를 적극 발굴하고 활동을 지원해온 기관장들을 시상하고 있다. 법적으로 '할당제'를 도입해 게임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제 정부 몫이다.

이미 북유럽을 포함한 서구 선진국들은 물론 태평양지역의 말레이시아와 인도의 상장기업도 할당제를 도입했다. 우리보다 늘 뒤처져 위안이 되었던 일본마저도 아베 정부가 '여성활약추진법'을 도입하면서 우리보다 몇 단계 앞서가기 시작했다. 기존 남성중심의 조직문화를 과감히 탈피해야만 남녀가 모두 일하기 좋은 직장이 만들어지고 금융권의 경쟁력도 되살아난다. 남자와 여자는 똑같지 않다. 이 때문에 서로의 장점이 부각되고, 장점을 잘 활용하면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다.

금융이 가장 발달한 나라인 영국의 재무부도 금융권 여성을 위해 헌장을 발표했다. 좀 더 균형 있고 공평한 금융산업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금융사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넓히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주재 글로벌 은행 대부분이 이 헌장에 서명하고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각종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를 활용한 주주 압박을 통해서 여성이사 비율을 점차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법을 벤치마킹해 보면 어떨까. 모든 연기금이 기업투자 시 여성지표를 도입한다면 국내에도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다. 변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한 가지 더 제안을 해본다면, 여성에게 인사권과 예산 관련 결정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힘 있는 여성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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