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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어공’ 김상조가 내부에 보낸 경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0 17:09

수정 2017.06.20 17:09

[차장칼럼] ‘어공’ 김상조가 내부에 보낸 경고

재벌 저격수가 '어공'이 됐다. 문재인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는 그가 말한 대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이다. 그의 말은 강하면서 설득력 있다. 대학교수 신분으로 재야 시민단체에서 20여년간 재벌을 상대해온 강단이 말 속에 느껴진다. 새 정부 초기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개혁 동력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그에게 우호적인 환경임은 분명하다.
그런 만큼 외부의 상당한 견제도 감수해야 한다. 김상조는 "자신은 결코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상조의 성공요건은 무엇일까. 지난 14일 취임식 때 그의 앞에 선 공정위 직원들에게 김상조는 이런 말을 했다. "공정위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크고 막중하다. 우리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잣대도 엄격하다"고 했다.

김상조의 주문은 '일관된 실행'이다. 그에 따른 책임(역풍)은 자신이 지겠다고 했다. 김상조는 "그것(책임지는 일)이 제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늘공(직업공무원을 일컫는 말)' 내부를 향해 강하게 경고했다. 이쪽 조직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상조가 지목한 것은 두 가지다. 비공식 통로로 업무상 기밀을 외부에 유출하는 일, 공정위 퇴직직원이나 로펌의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일이 그것이다. 내부의 높은 윤리의식과 청렴성 요구다. 그러면서 공정위 내부시스템도 투명성을 높이는 쪽으로 바꾸고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규제 권한을 가진 집단은 외압과 로비의 유혹이 많다. 사건 처리에서 일말의 도덕적 흠결은 치명타가 된다. 조직 전체를 흔들고 신뢰를 잃게 만든다. 그게 공정위의 숙명이다.

공정위는 그간 '정권의 삭풍'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받아야 했다. 그 와중에 조직은 침체되고 직원들 사기는 떨어졌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도 잃었다. 과징금 등 처벌 조치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피조사기업 임원이나 로펌으로 옮긴 고위직 관료들은 현역들에게 부정청탁 '압력'을 행사했다. 특히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매각지분 판단을 번복하면서 화를 자초했다.

'김상조의 칼'은 날카로울 것이다. 그는 재벌개혁 분야의 독보적인 '장인'이다. 그러나 재벌개혁과 공정경쟁질서를 위한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이름값으로 할 수 없다. 사인의 금지청구권,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등등 김상조가 풀어야 할 숙제는 이해당사자가 많고 쟁점이 큰 사안들이다. 모두 국회와 협의 없이는 어렵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김상조의 힘'은 결국 내부에서 나온다. 내부의 결속력이자 도덕성이다. 내부 조직에서 도덕적 해이가 불거지면 때를 기다리던 외부세력이 공격의 날을 세울 게 분명하다.
그의 말대로 그가 책임지고 '역풍'을 막아내려면 '반(反)김상조' 세력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정위의 신뢰 확보가 바탕이 돼야 한다. 김상조는 "일말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정위 시스템을 혁신하는 일이 재벌개혁에 버금가는 그의 공로가 되길 기대해본다.

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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