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웜비어 사망, 우리라면 어떤 기분이겠나

정상회담 코앞 혼선 자초.. 한·미 동맹에 균열 없어야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심상찮은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이 워싱턴 외교가를 들쑤셔놓으면서다. 가뜩이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북핵 공조를 놓고 미국 조야에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의구심이 적잖이 일고 있는 터였다. 이 와중에 문 특보가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데 그게 무슨 동맹이냐"는 식으로 외교적으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니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얼마 전 백악관 회의에서 사드 배치 지연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갈등 소지를 줄여야 할 판에 문 특보의 '사드 간보기 발언'이 한.미 간 신뢰의 틈만 더 벌린 꼴이다. 청와대는 19일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엄중 경고했다는 사실까지 공표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 CBS 등과 인터뷰를 통해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니 되로 주고 말로 받은 형국이 아닌가.

물론 문 특보 발언 중 일부는 큰 틀에서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도 있다. 문 대통령도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도발을 중단할 경우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 특보의 발언은 경솔했다. 북핵 폐기를 위한 대북제재에서 '자주적으로' 이탈하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다. 워싱턴에서 "한국이 실패한 햇볕정책을 다시 꺼내려는 듯하다"는 의구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더욱이 대북정책상 차선 변경을 시도하기에도 최악의 국면이다. 지금 미국 조야가 부글부글 끓고 있지 않나. 북한에 억류된 지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송환됐던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9일 사망하면서다. 문 대통령도 유족에게 조전을 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을 아예 '잔혹한 정권'으로 규정했다. 대북정책의 전환은 글로벌 표준과 국민 공감대라는 교집합 속에 이뤄져야 뒤탈이 없는 법이다. 북한과의 대화도 국제사회와의 북핵공조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북한정권의 개혁.개방 의지를 확인하면서 추진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