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카라쿰 사막과 文정부의 에너지 정책

최근 중앙아시아의 서남부 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을 다녀왔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적잖은 감흥을 얻고 돌아왔다. 투르크메니스탄은 90%가 '검은 모래'라는 뜻의 카라쿰 사막으로 뒤덮여 있다. 척박하기 그지없다. 5월 말인데도 한낮 기온은 섭씨 35도를 웃돌다보니 거리를 활보하는 건 엄두도 못낼 지경이다. 해가 지기 전까지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건 도무지 없어 보였다. 특히 세계 최고의 통신환경에 익숙한 한국 사람에게는 '통신지옥'이다. 일류호텔이나 국영건물 정도나 겨우 와이파이가 되는 수준이다. 사흘간의 체류기간이 마치 석 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국민들의 삶과 정서도 20세기 중반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지정학적으로도 내륙에 갇힌 탓도 크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부러운 게 있었다. 한반도의 2배 크기에 퍼진 사막 아래에는 세계 4위 규모의 천연가스가 묻혀 있다. 파이프만 꽂으면 웬만한 땅에서는 천연가스가 뿜어져 나온다. 1인당 국민소득은 5000달러 수준으로 세계 90위권의 빈국이지만 전기는 물쓰듯 쓴다. 수도인 아시가바트의 야경은 홍콩의 구룡반도 못지않을 정도다. 밤새도록 아파트를 포함한 거의 모든 건물에 오색찬란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였다면 당장 전기 낭비라고 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질 일이다. 전기가 남아도니 가능한 풍경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에너지 빈국 국민의 부러움은 박탈감으로 변했다. 풍부한 전기의 전력원은 당연히 천연가스다.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도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친환경'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5년 임기내 노후 원전을 모두 폐쇄하고 신규 원전 건설과 수명 연장은 없다고 천명했다. 또 적어도 문재인정부에서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립도 물건너간 눈치다. 심지어 현재 추진 중인 석탄화력발전사업도 공정률 10% 미만은 환경영향평가 등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현실화할 모양이다. 친환경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나라 전력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할 LNG와 신재생에너지의 수급문제가 걸려 있다. LNG는 천연가스를 영하 160도 상태에서 600배로 압축시키는 공정에다 LNG 전용 선박으로 운송해 국내에 들여오면 다시 기체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천연가스를 전량 LNG 방식으로 수입한다는 점에서 제약이 많다. LNG 업계에서도 현 상황을 마냥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다. 보통 LNG 수급계약은 10년 이상 장기계약으로 이뤄지다보니 가스공사나 민간 LNG 기업들이 당장 기저발전을 대체할 만한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급 불안에 따른 전력난도 세심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정책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