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통신료 인하, 치고 빠져버린 국정위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2 17:02

수정 2017.06.22 17:02

[기자수첩] 통신료 인하, 치고 빠져버린 국정위

국정기획위원회가 월 1만1000원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라는 폭탄으로 통신요금 인하 논란을 키우더니 서둘러 모든 것을 망라한 패키지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던져놓고 빠져버렸다. 저소득층과 어르신들에게 월 1만1000원 요금을 더 깎아주고, 2만원대 보편적 요금제를 새로 만들고 공공 와이파이(Wi-Fi) 20만개를 설치해 연간 4조6000억원가량의 통신요금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한다.

국내 통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가 3조6000억원인데 이보다 연간 1조원을 더 토해내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조정으로 감소하는 이익만큼 다른 부분에서 꼼수로 이득을 취하게 되면 국민들이 가만히 안있을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놓는다.

그런데 국정기획위의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통신사가 감내할 수 있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자체가 의문 투성이다.

우선 이익보다 많은 요금을 할인해주면 문재인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4차 산업혁명 인프라 투자비용은 누가 낼 것인가. 보편적 요금제를 정부가 설계해서 내놓는데 정부가 기업의 상품기획까지 맡아주는 것인가. 공공 와이파이를 20만개나 설치하는데 관리는 누가 하는가. 와이파이는 출력도 조절해야 하고 간섭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와이파이의 특성은 알고 계시는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높이라고 하는데 스마트폰 할부 구매자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어찌 해소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국정위는 답이 없다.
그저 "미래창조과학부가 잘 파악하고 있다"고 답할 뿐이다.

통신요금은 택배요금이나 밥값 같은 단순한 구성이 아니다. 통신망, 단말기, 콘텐츠, 유통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섣부르게 손을 대면 풍선효과를 내 소비자는 혜택을 보지 못하고 통신사는 피해를 입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 때문에 통신요금은 전문가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야 하는 문제였다. 그런데도 국정기획위가 보름 만에 치고 빠져버렸다.
결국 국정기획위가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하자마자 기본료 폐지 공약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제 그 부작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정책과 국민들이 감내할 수밖에 없다.


산업을 키워 국민들이 통신요금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소득수준을 높여주는 대책을 만드는 것, 그것이 국정기획위가 정작 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

국정기획위의 전문성 없는 치고 빠지기식 통신요금 인하 발표에 유감이다.

aber@fnnews.com 박지영 정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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