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확장적 재정정책 땐 유연한 통화정책 가능" 긴축 재시사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2 17:42

수정 2017.06.22 22:08

美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세계 통상환경 변화
국제유가 추이.北핵 등 韓 경제 주요 리스크로 꼽아
발언하는 허진호 한국은행 부총재보 22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오른쪽 두번째)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언하는 허진호 한국은행 부총재보 22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오른쪽 두번째)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경제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재정정책이 보다 확장적으로 운용된다면 통화정책은 성장세를 직접 지원하기보다 가계부채 누증을 비롯한 금융불균형,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자본유출 리스크 등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체로 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 '성장세를 직접 지원한다'는 문구가 나오면 수개월 후 금리가 인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에서 이 문구를 사실상 금리인하 신호로 해석했던 이유다.

즉, 이 총재가 '성장세 직접 지원'보다 '통화정책의 유연한 대응'을 강조한 건 그동안 한은이 유지해온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금융안정 등을 위한 긴축으로 선회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재차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이 총재가 취임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상황이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을 포함해 긴축 기조를 시사한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정부의 재정확대 기조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 하방리스크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전 세계 통상환경의 변화 △국제유가 추이 △북한 리스크 등 국외 요인을 주로 꼽았다. 한은은 지난 4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6%로 상향한 데 이어 7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추가 상향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그는 "최근 경기회복세를 수출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지켜봐야 한다"며 "중국과 미국의 통상환경 변화,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신흥국과 자본수출국의 경기흐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건 변화에 따라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북한 관련 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도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총재는 지난 13~14일 열린 미 연준이 통화정책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보유자산 축소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하면 신흥국들의 자본유출 압력이 커지게 된다.

그는 "미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를 점진적이고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렇지만 보유자산 축소는 전례가 없던 일인 만큼 추진 과정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서울과 경기 등 일부 청약조정지역 확대 및 해당 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를 골자로 하는 '6.19 부동산대책' 효과에 대해선 "주택 투자심리를 진정하는 데 포커스를 맞춤으로써 가격상승 기대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또 LTV.DTI 규제를 강화해 주택담보대출의 큰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지난해말 기준 1644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0년(865조2000억원) 대비 6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가계가 전체 55%에 달하는 904조원을 차지했고, 기업(578조원.35.1%), 금융투자자(162조원.9.8%)순으로 집계됐다. 이에 한은은 "익스포저가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구조개혁과 정부정책의 목표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통화위원 7명 중 당연직 위원인 장병화 부총재가 24일 퇴임하면서 6인체제 금통위가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 금융.경제상황에 대한 판단과 통화정책 운용방향 등의 측면에서 금통위원들 간 견해 차이가 크지 않다"고 답했다. 당장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기보단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는 "금통위원들과 논의해 본 결과 일시적으로 6인체제가 된다 하더라도 정책결정에 전혀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6인체제도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