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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위원장, "행정력 동원 기업 제재 능사 하냐"... 기업 자발적 변화 주문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3 15:22

수정 2017.06.23 15:22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 간에 진행된 23일 간담회는 예상했던 것 보다 강도 높은 발언들은 나오지 않았다. 공정위원장과 4대그룹간 공개적 만남은 이례적인데다 공정위가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점검 결과를 토대로 법 위반 혐의가 있을 경우 직권조사를 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어서 간담회를 앞둔 재계의 긴장도는 높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행정력을 동원해 기업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사전 규제, 법률을 만들어 기업의 경영 판단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언급도 했다. 특정 대기업집단(재벌)을 타깃으로 삼아 몰아치기식으로 개혁을 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4년 강철규 공정위원장이 4대 그룹과 만난 이후 13년만의 간담회인 만큼 이를 계기로 소통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4대 그룹과 간담회에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해하고, 기업인들 스스로 변화해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주기를 부탁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 대한상공회의소 이동근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인들도 정부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주시기 바란다. 경청하고, 협의를 통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기업인들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은 "이날 같은 대화의 자리가 일회성 행사에 끝나서는 안될 것이고,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끝나서도 안된다"며 "필요에 따라서는 개별 그룹과 협의하는 기회도 있어야 하고, 정부 여러 부처들과 함께 협의하는 자리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협의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협의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수준에서 사회와 시장에 알리는 방법을 고민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과정은 기업인들과 충실히 협의하겠다"며 "최대한의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인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 이 과정에서 충실히 대화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한국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치' 않고, 우리 기업이 또 다시 변화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한국경제와 우리 기업에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 대기업, 특히 소수의 상위 그룹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수 국민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진 것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기업의 잘못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도 되돌아 봐야할 대목이 있고, 국민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에서 "그동안 정부와 경제계가 따로 만날 기회가 없다 보니 언론을 통해서만 기업 정책 현안에 대한 무성한 이야기가 오가고 막연한 불안감과 우려가 증폭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부회의장 이어 "오늘 김 위원장과 4대 그룹의 만남이 정책 불확실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방향을 직접 설명 듣고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다보면 이해의 폭도 넓혀갈 수 있고 우리 경제와 사회의 여러 현안의 해법과 지향점에 대해 공유할 부분도 많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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