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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월세 상한제 부작용에 해법은 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3 17:01

수정 2017.06.23 17:01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 보호대책을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취임사에서 "전·월세 폭등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이 서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같은 제도 도입으로 세입자와 집주인 간의 권리에 균형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구상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전세 및 월세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고,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2년 더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2년마다 치솟는 '미친 전셋값'에 고통받는 세입자들을 생각하면 전·월세 상한제의 취지는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부작용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우리나라 전·월세 가구의 74%가 민간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민간주택의 임대료를 시장이 아닌 정부가 결정한다면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한 데다 민간 임대시장이 위축되면서 서민 주거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년 전 국토부가 발주한 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상한제 도입으로 2년반 동안 임대주택 공급이 8.4%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임대료의 단기 폭등은 더 큰 걱정이다. 임대기간이 연장되고 인상률이 제한되면 집주인은 4년치 인상분을 미리 임대료에 반영하려 할 것이다. 실제로 전세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1989년 전국 전셋값 상승률은 17.5%, 서울은 23.7%에 달해 세입자들 허리가 휘어졌다. 최근 모처럼 안정국면에 접어든 전세시장을 또다시 들쑤실 이유가 없다.

집주인들이 수익성을 높이려고 전세를 월세로 줄줄이 돌려버릴 가능성도 크다. 좋은 취지를 담은 제도가 오히려 서민의 주거비 급등이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제도가 처음 논의된 2011년 이후 국토부가 줄곧 도입을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시장에 닥칠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주택임대시장을 안정시킬 최선의 방책은 가격통제가 아니라 공급확대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한편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를 위해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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