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아마존, 美 소매업마저 삼키나


'나 떨고 있니?'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미국 유기농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지 1주일이 지났다. 미국 소매업계는 패닉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는 분위기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식품과 의류 등 전방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이 서점에서 전자제품, 소매업 등 지금까지 손대는 시장마다 초토화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인수 발표로 관련 업계가 느끼는 공포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아마존의 '파괴의 역사'를 잠시 되돌아 보자. 아마존이 1995년 7월 인터넷서점으로 출발해 1997년 5월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됐을 당시 미국 서점시장은 반스앤노블과 보더스에 의해 양분돼 있었다. 아마존이 서점에 갈 필요없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책을 사 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시장을 공략한 데 이어 지난 2007년에는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 종이책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킨들스토어에서 종이책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전자책 등을 킨들을 통해 읽을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서점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업계 2위였던 보더스는 지난 2011년 파산신청했으며 업계 1위였던 반스앤노블은 지속적인 매출 감소를 견디고 있다. 반면 아마존은 지난달 25일 뉴욕 맨해튼에 아마존의 일곱째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를 여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전자제품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의 전자제품 유통시장 진출로 한때 미국 2위 전자제품 유통업체였던 서킷시티는 지난 2008년 11월 파산신청했다. 또 다른 유명 업체였던 라디오샤크는 지난 2015년 2월 파산신청 계획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파산신청은 하지 않은 채 1000개 넘는 매장을 닫고 72개 직영매장만 남겨둔 상태다.

소매업계도 상황이 비슷하다. 아마존의 인기 상승으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백화점을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 결과 올 들어 메이시스, 시어스 등 미국 대표 백화점들이 수백개의 매장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시어스는 현금유동성 문제로 조만간 파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마존이 의류나 구두, 가방 등을 공짜로 배송받아 착용해보고 반품할 수 있게 하는 '프라임 워드로브(Prime Wardrobe.프라임 회원을 위한 옷장)'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은 파산절차를 밟는 소매업체가 더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아마존의 사업영역 확장으로 해당 업계의 미래가 암울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마존이 가진 네트워크와 가격경쟁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마존이 지난 16일 홀푸드 인수를 발표하자 당일 미국 식료품 유통업계 시가총액이 290억달러 증발했다. 이어 지난 20일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자 백화점과 패션업체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아마존의 행보가 소매업계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온라인사업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고 결국 오프라인 사업이 결합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이 매장 대여비용과 직원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요하지만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보고 느끼고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프라인 소매업체에는 소비자의 접근성과 편리성을 온라인 소매업체가 보완해줄 수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는 대형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유명 오프라인 소매업체들과 파트너십 또는 합병을 하려는 치열한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벌써 미국 대형 유통체인 타깃은 온라인 매트리스업체 캐스퍼에 1억7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이 회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타깃 오프라인 매장과 캐스퍼 온라인 매장에서 캐스퍼가 생산하는 매트리스·침구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이번주에 밝혔다.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미국 소매업계의 지형이 완전히 바뀌는 거래가 될 수도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로스앤젤레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