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소통과 불통, 그리고 포퓰리즘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잔뜩 받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두 달째가 코앞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많은 일을 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강조했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고, 그의 탈권위 행보도 취임 후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 시절 국민과의 소통을 약속했던 문 대통령은 국민들과의 소통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국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겠다며 설치한 '광화문1번가'가 대표적이다. '광화문 1번가'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문 대통령의 조치는 불통으로 요약되는 전임 대통령의 행보와 비교되며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런데 문 대통령 취임 전후 그가 내내 강조했던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분야도 나오고 있다. 금융분야가 바로 그렇다. 특히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실손보험료 인하 문제를 놓고는 더욱 그렇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 문제에 있어서 소통보다는 불통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결정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카드 영세가맹점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맹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임대료 인하대책이나 세액부담 완화 등을 위한 지원정책이 더 적절하다는 목소리는 외면한 채 말이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뒤로한 채 업계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로 몰아세우는 불통의 모습을 보이면서다.

실손보험료 인하도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결정처럼 속전속결로 진행될 예정이다.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만큼 민영보험인 실손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정기획위의 판단이다. 상식적으로는 새 정부와 국정기획위의 이런 논리를 반박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손보험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르다. 보험사 편을 들자는 게 아니다. 실손보험료 인하 문제는 일사천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실손보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새 정부만의 관심 사안은 아니었다. 박근혜정부에서도 과도한 실손보험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해법도 내놨다. 올 4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신실손보험'이 바로 그것이다. 신실손보험은 보험료를 최대 35%까지 낮춘 상품이다. 기본 보장과 도수 치료나 MRI 촬영 등에 대한 특약을 통한 보장을 분리한 것이 특징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이 상품이 출시되면 많은 소비자가 가입하고 기존 실손보험에서 '신실손보험'으로 상품을 갈아타는 수요도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신실손보험 신규 가입자는 상품 출시 후 채 1000명이 되지 않는다. 상품을 갈아탄 사람도 예상보다 적다. 신실손보험을 출시하기 전 금융당국이 업계와 충분히 논의했는데도 말이다.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정책을 입안하는 데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약을 신속히 추진하려고 소통절차를 생략해서는 곤란하다. 공약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의 마땅한 의무지만 충분한 논의 없는 일방적 공약 실천은 위험할 수 있다.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탈권위 행보와 소통 행보가 산적한 금융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통이 아니라 소통으로 문제들을 풀어간다면 금상첨화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금융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