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金위원장에 대한 의구심 사라졌다".. 소통에 만족한 재계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3 17:29

수정 2017.06.23 20:17

4대 그룹,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첫 만남
몸낮춘 金위원장 "개별그룹 사안에 대해서도 수시로 만남 갖도록 요청"
재계도 만남 긍정적 신중한 질적규제 방향에 "안심하고 돌아갈 것" 화답
지배구조 등 난제는 남아
공정거래위원회와 4대 그룹 간 정책간담회가 23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왼쪽부터)이 오른손을 들고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와 4대 그룹 간 정책간담회가 23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왼쪽부터)이 오른손을 들고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재계의 이목이 쏠렸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의 첫 만남이 우호적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특히 취임 전부터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김 위원장이 4대 그룹과의 첫 회동에서 예상보다 유연하고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재계에서는 "발전적인 소통의 기회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날 회동은 김 위원장의 돌발적 제안으로 성사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지배구조 문제 등 대기업 관련 민감한 이슈들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남겼다.

23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 4대 그룹의 첫 간담회는 오후 2시부터 1시간가량 열렸다. 이날 회동은 지난 19일 김 위원장이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첫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이번주 안에 4대 그룹과의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격 성사됐다.

대표적 재벌 감시기구인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오랫동안 지낸 김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재벌개혁을 강조한 상황에서 대기업과의 이른 만남을 제안하자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취임 초반부터 재벌 군기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간담회를 주최한 대한상공회의소 이동근 부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새 정부 들어 경제계와 따로 만날 기회가 없었고, 언론을 통해 무성한 이야기만 접하면서 막연한 불안감과 우려가 증폭된 측면도 없지 않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 만남이 새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과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 내내 유연한 자세로 새 정부 경제민주주의 실체와 향후 공정위의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비공개로 열린 간담회 직후 김 위원장은 "오늘 짧지만 서로에게 유익하고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졌다고 모두가 느꼈다"며 "향후 여러 그룹과의 만남뿐 아니라 개별 그룹의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만남을 수시로 갖도록 요청 드렸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과 첫 회동을 마친 4대 그룹 대표들도 긍정적 평가들을 내놨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와 김 위원장 체제의 공정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데 공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 위원장이 정부 시책이나 여러 궁금한 걸 잘 설명해 주셔서 이해가 많이 됐다"며 "기업이나 나라나 다 우리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건 사실인데 어떤 부분에선 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오늘 김 위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타당하다, 우리도 거기에 맞춰 경제발전 이바지 방안을 생각하게 됐다"며 "이런 소통의 기회를 처음 만들어주셨는데, 계속 만나서 서로 어려움이나 발전방안을 토의하면 앞으로 좋은 결과가 많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 입장에선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직강'을 들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SK텔레콤 사장)은 "공정한 경쟁은 경제계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김 위원장은 이런 부분에서 이론과 실행력이 뛰어난 분"이라며 "그런 걸 통해서 우리의 경제경쟁력이 올라가고, 일자리 창출에 대해 소통을 약속하는 좋은 자리였다"고 밝혔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김 위원장의 말씀을 들어보니 앞으로 전혀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예측 가능하고 명확하게, 신중하게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정 사장은 "다만 공정위 화두가 일감 몰아주기이다보니 앞으로의 방향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며 "김 위원장이 양적인 규제책보다 질적으로 그리고 산업 특수성을 감안해서 신중하게 하시겠다는 걸 대화를 통해서 밝혔고, 또 정책 공개 등의 과정을 거쳐서 잘하겠다고 하시니 아주 안심하고 돌아가겠다"고 평가했다.


하현회 LG 사장도 "오늘 김 위원장이 비교적 진솔하게 설명해주셨고, 저희들은 기업으로서 정책에 공감을 이루면서 하나하나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며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소통하는 자리였다고 본다. 계속 이런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돌발 제안으로 성사된 자리지만 양측이 한발 다가갈 수 있는 물꼬를 트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며 "다만 일감 몰아주기 등의 자발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김 위원장과 이에 대응해야 하는 대기업 간의 신경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내다봤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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