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성과보수펀드가 인기 없는 이유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6 17:27

수정 2017.06.26 22:26

[기자수첩] 성과보수펀드가 인기 없는 이유

성과보수펀드가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시 이후 한 달 남짓밖에 지나지 않아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몰려드는 투자금이나 수익률이 일반 펀드에 비해 평균 이하다.

성과보수펀드는 펀드 수익률에 따라 운용사가 받는 운용보수(수수료)가 결정되는 구조다. 기본 운용보수를 기존 펀드의 절반 수준(0.07~0.2%)으로 낮추되, 수익률이 목표를 초과할 경우 운용사의 운용보수도 기존 수익률보다 높아지는 방식이다.

성과보수펀드는 손실이 나는데도 운용사가 운용보수를 챙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공감을 얻으면서 생겨났다. 운용사는 운용보수를 더 받기 위해서라도 성과에 더 신경을 쓸 것이고, 투자자들 역시 손실이 나더라도 불합리함을 덜 느낄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왔다.


이론상으로만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이 상품을 왜 운용사는 물론 투자자조차 외면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자든, 운용사든 '유인책'에 비해 지불해야 할 '기회비용'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성과보수펀드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많이 낼 경우 운용보수를 더 내야 한다. 손실이 날 경우를 기대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으므로 투자자들은 결론적으로 운용보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성과가 기대치에 비해 나오지 않을 경우 노력에 비해 보상을 덜 받게 된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은 펀드매니저의 역량이지만 이 역시 시장 흐름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사실 펀드의 수익률이 오를지, 내릴지는 확률적으로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투자자들은 지불할 운용보수가 증가하고, 운용사들은 받을 보수가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정책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터무니없이 손실이 큰 펀드 상품인데도 투자자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운용보수를 지불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이런 경우 수익률 하한제를 두고 일정 수준 이상 손실이 날 경우 운용보수를 줄여야 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투자자나 운용사가 지불한 기회비용은 크게 줄면서도 투자자의 억울함은 좀더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펀드 투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홍보를 하거나, 운용사들에 보다 책임감 있는 펀드 운용을 위해 책임 운용기간이나 1인당 운용펀드 수 제한 등을 두는 것도 근본적 변화책은 아닐까 한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