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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군중과 버블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6 17:27

수정 2017.06.26 17:27

[윤중로] 군중과 버블

대규모 군중은 항상 최악의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성지순례, 축구경기, 대형공연 등 대규모 군중집회에서 압사사고 같은 참사는 종종 목격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군중은 엄청난 혼란에도 자기조직화를 통해 '대중의 지혜'를 발휘한다. 그러나 군중의 밀도가 임계치를 넘어서면 군중은 두려움에 이끌려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며, 결국 혼돈상태로 치닫게 된다. 믿을 만한 정보가 없는 혼돈상황에서 엄청난 힘으로 쇄도하는 군중은 결국 서로 밀고 밀치며, 짓밟고 짓밟히며 대형참사로 이어진다. 군중 사이의 의사소통이 없어지면서 급격한 쏠림현상, 즉 버블(bubble)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은 역사상 최초의 버블로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비이성적 쏠림을 만들어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튤립은 16세기 중반 터키에서 유럽으로 전래되었는데,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귀족과 부유한 상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튤립은 우아한 정원에 잘 어울리는 아름답고 귀한 꽃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유럽에서는 여성들이 드레스의 윗부분에 신선한 튤립을 꽂고 다니는 것이 유행했는데, 부유한 남성들은 가장 이국적인 꽃인 튤립을 신부감 여성들에게 선물로 사주었다. 이에 튤립 수요는 급증했으며. 특히 튤립의 알뿌리(구근)는 독특한 무늬가 있는 꽃을 피워서 비싼 가격으로 거래됐다. 이에 실제 꽃을 사고파는 대신에 아직 땅속에 있는 알뿌리를 입도선매하기 시작하면서 튤립 구근을 거래하기 위한 선물시장이 생겨났다.

사람들이 튤립을 사는 이유는 튤립 자체보다 튤립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선물거래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자 목수에서 벽돌공, 직조공, 변호사, 성직자까지 집안살림을 팔아 튤립 구매에 나섰다. 상인들이 튤립 가격을 점점 올리는 바람에 비싼 튤립 알뿌리 한 포기에 오늘날 가치로 미화 1000만달러 이상으로 거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람들은 튤립에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하나둘 깨닫기 시작하면서 가격은 폭락했고, 튤립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은 사라졌다.

군중이 일정한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대규모 사상자를 불러오는 것처럼, 버블은 사회 전체에 과도한 기대와 열망이 끓어넘치게 한다. 또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심리적 모멸감과 분노를 불러오며 시장을 폭도로 변하게 한다. 군중의 행동을 연구한 학자들은 군중 재난을 예방하는 열쇠는 밀도가 임계수준 아래에 머물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제버블과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자산가격 거품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취임사에서 "최근 부동산시장의 과열양상은 투기세력 때문"이라며 부동산투기에 대한 전면전을 예고했다.
경기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면서도 버블의 임계치 밑에 머무르게 하는 것, 이것이 정책당국의 과제이자 실력이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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