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디지털 골드러시’… 전문 채굴꾼 등장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6 17:33

수정 2017.06.26 17:33

이더리움.비트코인 등 전자화폐 시세 급상승에 직접 채굴하는 사람 늘어
채굴법 고액과외도 등장.. 투자비용 손실 주의해야
#. 대학원생 구모씨(28)는 연구실 퇴근 뒤에는 '광부'가 된다. 전자화폐 이더리움 '채굴'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화폐로, 특정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네트워크상 암호를 계산하면 전자화폐를 획득할 수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전자화폐는 총량이 유한하고 시간이 갈수록 발행량이 체감돼 광물인 '금'에 비유된다. 구씨는 "지난 주 월요일부터 1주일동안 하루 14시간씩 컴퓨터를 가동해 1만 5000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채굴했다"며 "단순히 프로그램만 실행하면 돼 커피 값 버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은 이더리움 채굴 전용 컴퓨터를 조립했다"며 "더 빨리, 많이 채굴하기 위해 그래픽 카드(GPU) 6개가 꽂힌 컴퓨터 1대를 300만원에 살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 채굴꾼.고액과외까지 생겨

'디지털 골드러시' 열풍이 일고 있다.

26일 전자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1 ETH(이더리움) 시세는 이날 오전 약 35만원에서 37만원을 오가며 올 초에 비해 4500% 상승했다. 1 BTC(비트코인)는 340만원 선이다. 이더리움.비트코인 등 전자화폐 시세가 급상승하자 용돈벌이를 위한 대학생 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전문 채굴꾼까지 등장했다. 가격변동성이 큰 전자화폐의 시세 차익으로 수익을 얻기보다는 직접 채굴을 통해 안정성과 미래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체가 없는 전자화폐 채굴에 대한 투자비용 손실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채굴 방식이 주목받으면서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 등 핵심 부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 고성능 그래픽카드 품귀현상도 벌어졌다. 채굴법을 알려주는 고액과외까지 생겼다. 전문 채굴꾼은 공간을 임대해 컴퓨터 수백대를 전자화폐 채굴에 이용한다. 채굴 정보공유를 위해 '땡글' 등 전자화폐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글이 오간다.

전자화폐 원조 격인 비트코인은 채굴 '난이도'가 높다. 전자화페는 시간당 화폐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 참여자가 많으면 암호가 어렵게 되고 채굴양이 줄어든다. 경쟁이 가열될수록 채굴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채굴을 위해서는 컴퓨터 부품 교체와 전기세 비용을 부담해야 해 비트코인 채굴은 갈수록 어려워 시간당 획득할 수 있는 코인 양이 줄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 70% 이상 채굴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인 이더리움은 상대적으로 발행량에 여유가 있어 대체 '코인'으로 떠올랐다. 채굴꾼은 비트코인과 비교해 난이도가 낮은 이더리움, 제트코인 등 새로운 코인에 몰리며 2개의 전자화폐를 동시에 채굴하기도 한다.

■"실체 없어 무리한 투자 위험"

이더리움은 비트코인보다 저렴해 '진입장벽'이 낮다. 강준영 KDB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이더리움 채굴 인기에 대해 "단가가 저렴해 접근성이 좋고 거래량이 많기 때문"이라며 "주식도 투기 정세에는 일반인들이 값싼 주식에 접근하는 것처럼 전자화폐가 불안정해 그런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더리움 열풍을 골드러시에 비유하며 채굴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 매체에서 관련 기사가 쏟아지다보니 전자화폐에 관심 없는 사람은 바보가 되는 분위기"라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이더리움 가격과 거래량 변동성이 크고 전자화폐는 실체가 없어 무리하게 자본을 투입, 채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역시 "현재 이더리움 채굴은 PoW(작업증명) 방식인데 이것이 PoS(자산증명)로 바뀌면 이더리움을 많이 가진 사람이 채굴을 많이 하게 돼 기존에 그래픽카드에 투자한 사람은 큰 손실을 볼 것"이라며 "다만 이더리움 채굴방식이 언제 PoS로 전환될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구자윤 기자

*블록체인은 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해킹을 막기 위한 기술로 비트코인에 적용됐다. 기존 금융 회사는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주며 거래 때마다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의 일종이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 캐나다인 비탈리크 부테린(Vitalik Buterin)이 2014년 개발했다. 단위로 이더리움(ETH)을 쓴다.
비트코인보다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발전된 기술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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