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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사법개혁 '칼' 법무장관에 온건개혁성향 비법조인 또다시 기용...'시민단체 내각' 급부상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7 16:31

수정 2017.06.27 18:09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법무부 장관에 경제정의실천연합 출신의 온건 개혁파로 분류되는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5)를 지명했다. 안경환 후보자가 낙마한 지 11일 만에 또다시 비법조인 카드다. 경실련 출신으로는 이번 정부 첫 내각 입성이다.

앞서 임명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현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이 참여연대 출신이다. 이로써 진보 시민사회계 양대축을 형성하는 참여연대와 경실련이 이번 정부 인사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시민단체 내각'으로 불릴만 하다.

장관급으로 부패방지·공직사회 감찰 등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장엔 박은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5)를 발탁했다.
김영란 전 위원장에 이어 두번째 여성 권익위원장이다. 문 대통령의 여성 장관 30%공약을 당초 내각(17개 부처 장관)에서 위원회 단위까지 넓게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단체 출신 비법조인 기용
당초 청와대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예상치 못한 도덕성 문제 등으로 자진 사퇴하자 비(非)검찰 출신 법학자 외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와 일부 현역 의원을 후보군에 올려놓았지만, 상당수가 고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법조인 선호 현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상기 연세대 교수는 개혁성향의 학자로 분류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법무부 문민화와 검찰 독립성·중립성 강화, 인권·교정·출입국 등 대국민 법무서비스 혁신이라는 새 정부의 개혁 청사진을 책임지고 추진할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사법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한 전력이 높은 평가를 이끌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최종 임명된다면 언론인 출신인 4대 김준연 장관(1950∼1951) 이후 첫 비법조인 출신 법무부 장관이 된다.

■법무부 탈검찰화 우선 추진할 듯
법조계는 사회 참여형 법학자인 박 후보자가 검찰 인사권을 쥐게 되면 국회 입법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보다는 조 수석과 함께 법무부의 탈검사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고있다. 박 후보자는 이날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향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면, 그간 학자 및 시민운동가의 경험을 기초로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중 하나인 공수처 신설 등 검찰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헌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인권을 중시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법무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선 사법개혁의 성패는 박 후보자가 검찰 조직 내부를 얼마나 장악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1차적으로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소통이 관건이다. 박 후보자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후임인 박균택 국장과 지난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국회와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도 박 후보자가 감당해야 할 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2006년 한 언론의 기고문을 통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개혁은 주요 정책과제로 논의되었고 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많은 사법개혁안이 만들어졌지만 법률 제정이나 개정을 통해서 시행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사회변화에 걸맞은 법조문화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국회가 마련해 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최진녕 변호사는 "박 후보자는 법조계 오피니언 리더이자 전형적인 법학자로서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며 "하지만 강성 조직이라 할수 있는 검찰과 법무부를 비법조인으로서 잘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업무 역량까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미래부 1차관 등 인사
한편 문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에 이진규 미래부 연구개발정책실장(54)을, 차관급으로 예우하는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엔 검사출신인 신현수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49)을 임명했다. 이진규(기술고시 26회) 미래부 1차관은 부산 출신으로, 미래부 인터넷정책관·연구개발정책관·기초원천연구정책관을 역임했다.
현재 17개 부처 중 산업자원통상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제외한 15개 부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된 상태이며, 부처 차관 중에는 산업자원통상 2차관 인선만 남았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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