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사에 장진호 전투는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 기록된다. 그러나 패전이면서도 승전보다 더 영광스러운 전투였다. 미군의 분투에 2만5000여명이 전사하는 궤멸적 타격을 입은 중공군은 남진을 2주 이상 지체했다. 결국 미 해병의 값진 희생 덕에 나머지 병력과 피란민 10만여명은 흥남을 통해 무사히 남쪽으로 철수할 수 있었다. 또한 장진호 전투는 연합군의 일방적 패퇴 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이 전투가 2차 세계대전 때 모스크바 전투, 레닌그라드 전투와 함께 세계 3대 겨울전투이자 6·25전쟁 3대 전투로 꼽히는 이유다.
흥남철수를 가능하게 한 장진호 전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문 대통령의 부모와 누나는 1950년 12월 22일 흥남철수 때 7600t급 상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했던 피란민이었다. 문 대통령은 부모가 이 배를 타고 피난 온 2년여 뒤인 1953년 1월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28일 미국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을 첫번째 일정으로 잡았다고 한다. 그의 개인사와 맞물려 그럴듯한 그림이 나올 것 같다.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는 한.미 양국이 왜 피를 나눈 동맹관계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문 대통령의 방미가 두 나라의 우정과 신뢰를 재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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