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행동하지 않는 삼성, 과거에 발목 잡힌 삼성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내부 분위기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그리 좋지 않다. 2.4분기 영업이익이 1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덩달아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정보기술(IT) 계열사도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장밋빛 전망에 들썩거려야 할 삼성전자 내부는 예상과 달리 조용하다.

왜 그럴까. 한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지금의 실적은 과거 5년 전 만들어놓은 결과물로, 향후 5년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고 전한다. 삼성전자 홍보팀에서도 방산.화학 빅딜,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이 진행될 당시 철통보안 속에서 밤새 보도자료를 만들었다는 무용담은 더 이상 듣기 힘들다.

그러고 보니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는 보도자료에 '인수합병(M&A)' 또는 '대규모 투자'라는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376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유기농식품 전문 유통업체인 홀푸드 마켓을 137억달러, 우리 돈 약 15조원에 집어삼키는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깜짝 놀랄 만한 M&A 또는 투자 발표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올해 1.4분기 말 기준으로 73조원에 달한다.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60조원이다. 돈이 없어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주주친화 정책에만 신경쓰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삼성전자는 모두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에는 4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경영권 안정을 위해 지분을 절반 넘게 가진 외국인 주주들을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6%에 불과하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생명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친 우호세력 지분은 18% 수준이다.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점에 주주 친화정책을 펴고 있는 현 상황이 아쉬울 따름이다.

삼성전자가 과거에 발목을 잡힌 사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堀起)'가 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반도체업체들은 국내 헤드헌터를 통해 전방위적 반도체 인력 수급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최대 1조위안(약 165조원)을 투자해 자국산 반도체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멀지 않아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빗대어 '우물쭈물하다가 중국에 발목 잡힐 줄 알았지'라는 말이 나올까 걱정된다. 버나드 쇼는 '유능한 자는 행동하고, 무능한 자는 해설한다'라는 명언도 남겼다. 행동하지 않는 삼성, 과거 행적을 해설 당하는 삼성의 현 상황을 5년 뒤 어떻게 평가할까. 두려움이 앞선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