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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넘는 공공정보화 예산, 비공식 조직이 주무른다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7 17:40

수정 2017.06.28 15:16

정보화예산안편성지원팀,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6곳 공공기관 파견자로 구성.. 소속기관 예산 증액 가능성
존재 부인하던 기재부 "전문성 필요해 인력 운영"
3조원 넘는 공공정보화 예산, 비공식 조직이 주무른다

연간 3조원을 웃도는 공공정보화 예산을 '정보화예산안편성지원팀'이라는 비공식 조직이 주무르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을 비롯한 6곳의 공공기관 파견자로 구성된 이 비공식 조직은 법적 근거 없이 공공정보화 예산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측은 이들이 단순 검토 역할에 그친다고 해명했지만, 이 조직의 존재와 운영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대지 못했다.

27일 기재부 예산실에 따르면 2017년 공공정보화 사업 예산은 3조3000억원으로 이 중 예산실 정보화예산팀에서 배정한 예산은 약 2조2000억원이다. 이는 공공정보를 생산.유통.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구입비나 임차료, 정보시스템 개발비.컨설팅 비용, 유지.보수 경비로 쓰인다.

문제는 기재부가 지난해 이 예산을 배정.검토하는 과정에 공공기관 파견인력으로 구성된 조직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화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중소기업청, 한국문화정보원 등에서 파견된 인력 6명으로 조직이 구성됐다.

통상 정부는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세금낭비를 막기 위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 정보화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을 대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한다. 국가재정법 제38조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 조사를 맡는다.

그러나 이들 파견인력은 정부 예산을 검토할 어떤 법적 권한이 없다. 특히 이들 6명의 소속기관은 해당 정보화예산을 직접 배정받는 곳이므로 구체적 이해관계가 발생한다. 이 탓에 이들 파견인력의 입김이 예산 배정에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실제 이들 기관의 정부 예산 증가액은 적지 않다.

본지가 의뢰한 공인회계사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이들 6곳 중 공공기관 경영공시시스템 알리오에서 2013~2016년 정부예산 수령액 확인이 가능한 곳은 정보화진흥원, 인터넷진흥원, 교육학술정보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4곳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제외한 정보화진흥원, 인터넷진흥원, 교육학술정보원의 예산이 모두 늘었다.

정보화진흥원은 2013년 1912억원가량이던 정부 예산(이전수입+수탁사업)이 2016년 3081억원으로 61% 넘게 늘었다. 이 기관의 2015년 예산은 3468억원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같은 기간 교육학술정보원도 637억원에서 983억원으로 54.1%, 인터넷진흥원도 1337억원에서 1503억원으로 12.3% 크게 증가했다.

이런 예산 증액이 실제 이들 파견인력이 관련 예산을 짬짜미한 결과라면 해당 공무원의 업무상 배임죄 적용도 가능하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법령이나 지침 등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 예산을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부당하게 소속 기관에 정부 예산을 배정했다면 행위자에게 이익이 없더라도 제3자인 기관으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것"이라며 "기재부 공무원이 미필적으로나마 임무위배의 인식을 했다는 전제하에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비공식 조직이 내년 3조2000억원이 배정된 공공정보화 사업 예산을 올해에도 예년과 똑같은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해 9월 27일 시행된 청탁금지법을 의식해 올해 기재부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2018년 예산편성지침'에 면피성 조항을 한 줄 추가했다는 점이다.


2018년 예산편성지침 44쪽을 보면 정보화사업 관련, "기획재정부는 ISP(정보화전략계획) 산출물 검토 등에 대해 전문기관(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의견을 참작할 수 있다"는 문구가 새롭게 삽입돼 있다. 하지만 이 문구도 국가재정법 등의 법적 효력은 갖지 못한다.
애초 이런 비공식 조직의 존재조차 부인하던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3조원이 넘는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 인력은 팀장 1명, 사무관 2명, 주무관 3명으로 총 6명에 그치는 반면 관련사업은 약 380건에 달한다"며 "모두 행정직이라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이 필요해 불가피하게 해당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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