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4차 산업혁명 주역 중국 스타트업 현장을 가다] 벤처캐피털·엔젤투자자·기업까지 돈되는 창업에 돈 뿌린다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7 17:59

수정 2017.06.27 17:59

[fn 창간 17주년 기획] (중) 중국 창업호황의 비결
벤처캐피털들 실탄 넘쳐나.. 괜찮은 사업 모델 확보에 혈안
선전 전자상회 회원 기업도 투자기금 만들어 스타트업 지원
엔젤투자까지 창업 열기에 동참
베이징 중관춘 창업거리에는 다수의 중국 벤처캐피털(VC)들이 유망한 스타트업을 물색하기 위해 포진해 있다. 지난 22일 중관춘 창업센터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사업 발표회에 중국 VC 관계자들과 중국 현지 기업인들이 참석해 사업내용을 듣고 있다.
베이징 중관춘 창업거리에는 다수의 중국 벤처캐피털(VC)들이 유망한 스타트업을 물색하기 위해 포진해 있다. 지난 22일 중관춘 창업센터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사업 발표회에 중국 VC 관계자들과 중국 현지 기업인들이 참석해 사업내용을 듣고 있다.

【 베이징.상하이.선전=조창원 특파원】 중국 베이징과 선전에 위치한 창업거리에는 창업지원센터와 함께 벤처캐피털(VC)들도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업 아이디어나 모델이 괜찮다 싶으면 너도나도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을 먼저 잡기 위해 진을 치고 있다.
투자할 자금은 넘쳐나는데 투자할 곳이 없어 발을 동동거리는 모양새다. 중국의 VC와 엔젤투자자들이 중국 스타트업들의 든든한 자금줄이 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잠재성 있는 한국 스타트업도 중국 VC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中 VC 대규모 실탄장전…창업보국 지원사격

중국 벤처캐피털들이 투자처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실탄은 넘쳐나는데 마땅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하기가 여의치 않다. 기본적 사업 아이디어가 갖춰지면 실탄 지원은 곧바로 이뤄질 분위기다. 투자금 확보가 생명인 스타트업엔 천국인 셈이다.

흐어마기금 저우잉 대표는 중국 VC 현황에 대해 "출발 시기는 미국 등에 비해 늦지만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며, 보유자금 또한 매우 풍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펀드에 비해 투자진행 속도가 원활하고 투자 후 자금회수를 위한 매각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중국 VC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투자할 돈이 넘쳐나지만 중국 VC들이 무작정 실탄을 공급하는 건 아니다.

저우잉 대표는 투자대상 선정기준으로 △창업영역 △성장 가능성 △독창적 아이디어 △팀워크 등을 꼽았다.

최근 관심을 갖는 분야에 대해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영역 물류'에 관련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면서 "단순히 AI라고 해서 투자하는 건 아니고 실제로 시장성이 있는지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지원도 투자 결정 시 최대 관심사항이다.

중국 대표적 VC인 포천링크는 성장가치가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해 100배 이상의 대박을 터트린 사례들이 있다. 그러나 투자수익률 관리를 위해 정해둔 투자원칙이 있다.

포천링크 칸즈둥 회장은 "투자대상을 선정할 때 정부가 해당 업종에 대한 정책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를 가장 먼저 본다"면서 "정부의 정책이 정해진 업종을 예의 주시하지만 정책 반영이 안 되는 업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둘째로 기업 관리자나 창업자들의 능력을 보고, 마지막으로 기업에서 조건을 제시할 때 리스크 환경을 따져본다"고 말했다.

모바일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적기에 투자처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칸 회장은 최근 뜨는 업종에 대해 "몇 년 전에는 인터넷플러스를 쭉 봐왔는데 최근에는 문화창조 쪽 투자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 VC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업종에 대해 "앞으로는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이 늘어날 것이며 군사기술을 민영화하는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엔젤투자 스타트업 양대 자본젖줄

벤처캐피털과 함께 엔젤투자는 중국 스타트업 붐을 떠받치는 양대 자금 젖줄이다. 스타트업들이 차별화된 아이디어만 갖추면 주식시장이나 문턱이 높은 일반 은행권 외에 투자를 받을 곳이 널렸다.

중국 선전 전자제품 판매의 메카인 화창베이 전자상가 인근에 위치한 중국 선전시전자산업협회도 엔젤투자에 심혈을 쏟고 있다.

각종 전자제품과 부품을 대량으로 공급 가능한 화창베이 전자상가 주변은 전 세계 교역상 인파로 붐볐다. 중국 전자상회는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그런데 이 협회는 회원사들을 위한 정책건의와 전시회 사업 외에 특별한 지원사업 2가지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선전시전자산업협회 롱훙 부회장은 "기업 성장을 돕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이노파크라는 인큐베이터를 만들었다"면서 "해외에 있는 중국 기업인들이 선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지원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 협회 회원사들이 직접 엔젤투자자로 나서 스타트업 활성화에 나섰다. 롱 부회장은 "선전 전자상회에 있는 회원사들이 갹출해서 엔젤투자기금을 만들었고, 이 관리를 협회에서 하고 있다"면서 "취지에 공감하는 회원들이 많아 엔젤펀드를 만드는 데 반년밖에 안 걸렸다"고 말했다.

엔젤펀드는 최초 1억위안(약 166억원)으로 출발했으며 앞으로 정부의 여러 정책기금을 운영대행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협회에서 운영하는 엔젤투자를 받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업체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휴대폰과 광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선전시싱위후둥의 에릭 렁 운영총감은 몇 년 전 스타AR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앱 개발 및 광고에이전시가 이 회사의 본업이다. 그는 패널에 부착된 지면광고를 먼저 보여줬다. 그리고 본인이 개발한 휴대폰 앱을 가동한 뒤 패널 광고에 갖다 댔다. 앱이 지면광고에 인식돼 있는 정보를 읽어내면서 음악과 게임 동영상 등 지면광고와 관련된 각종 비주얼 광고가 쉴새없이 쏟아졌다. 지면광고의 공간적 한계와 정보노출의 근본적 제약을 모바일과 뉴미디어 기법을 통해 새로운 광고세상을 구현하는 식이다.

그는 "레노버, 보다폰 등 기기업체, 외국의 유명 기획사들과 협력이 가능한 분야"라며 "관련 시장은 일반 미디어뿐만 아니라 코카콜라, 칭다오맥주 등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종이신문 대신 휴대폰만 보는 세상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했던 기술력을 인정받아 협회로부터 500만위안 엔젤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초기 엔젤투자 덕분에 사업을 지속할 수 있어서 추가로 다른 곳에서 투자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스타트업의 창업지원을 돕는 3W 역시 엔젤투자자 180명의 자금지원 덕분에 설립될 수 있었다. 선전에 위치한 창업카페 1층에는 당시 엔젤투자자 180명의 사진과 프로필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벤처캐피털뿐만 아니라 엔젤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는 올해 더욱 후끈 달아오를 조짐이다. 그는 "2015년 창업지원 정책이 나올 당시엔 사실 거품이 많아서 단순한 창업아이템도 쉽게 돈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지난해엔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투자가 경색돼 투자를 받기가 어려웠는데 올해는 다시 받기 쉬워지는 분위기다. 창업도 사이클을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기업에도 러브콜…현지화 마인드 등 숙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중국 VC들의 투자 문도 활짝 열렸다.

흐어마기금 저우잉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경쟁력에 대해 "기술력이 뛰어나며 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며 "창업자들의 인성이 매우 좋고 겸손한 편이며 좋은 창업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현지화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언어소통 능력 부재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중국 현지에 맞게 변환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VC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지분에 대한 집착 탓에 협상이 깨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중국 VC와 투자유치 협상을 할 때 숙련되지 못한 협상력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그는 "중국투자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소통해야 하는데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5분 정도의 스피치와 10페이지 이내의 자료로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향후 발전방향은 어떤 것인지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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