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청년·전통시장과 함께" 이마트의 상생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7 18:09

수정 2017.06.27 21:58

청년 상인 제안 적극 수용
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오픈
17명 참여 '청년몰' 마련 청년창업 상생모델 실현
선산봉황시장에 문을 연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선산봉황시장에 문을 연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청년·전통시장과 함께" 이마트의 상생

【 구미(경북)=박신영기자】 24년간 버려져 있던 지방의 한 전통시장 2층이 30대 청년상인의 제안을 통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형 유통모델'로 재탄생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상인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상생형 유통모델'인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를 27일 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에 오픈했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은 "지난해 충남 당진전통시장에 첫 선을 보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청년상인과 협의를 통해 더 한 단계 발전된 형태의 상생 모델로 진화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중소상인,골목상권 등 경제주체들과 지혜를 모아 선순환 구조의 지속가능한 상생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시장 활성화.청년창업 '두토끼'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24년간 방치돼 있던 선산봉황시장 A동 2층, 1650㎡ 중 420㎡ 규모로 들어섰다. 바로 옆에는 17명의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청년몰이 약 660㎡로 자리잡았다. 젊은 고객들 유치하고 이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나머지 공간은 다양한 장난감을 갖춘 '이마트희망 놀이터'와 고객쉼터인 '노브랜드카페'로 꾸몄다.


이마트 김상민 공정거래팀장은 "우리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콘텐츠가 없기 때문인 만큼 이를 위해 노브랜드 매장을 좀 줄이더라도 실내놀이터와 고객쉼터를 넣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흔히 전통시장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이같은 협업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이마트측의 세심한 배려가 주효했다. 일단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전통시장과 겹치지 않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전통시장의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판매하지 않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만 판매한다. 다만 전통시장 상인회가 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산물 판매를 요청해와 생선과 조개 등 일부 수산물을 구비했다. 노브랜드 청년상생스토어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청년몰을 거쳐야하도록 동선을 설계해 청년몰과 노브랜드의 '상생'을 노렸다. 뿐만 아니라 상생스토어가 발행하는 전단에는 노브랜드 제품 뿐 아니라 청년몰 콘텐츠도 함께 담고 있다. 사은품 증정 행사에는 이마트가 모든 사은품 비용을 부담하고 청년몰.선산시장.상생스토어 구매금액을 모두 합산해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운명 공동체'로 성장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청년몰과 함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개설 소식이 알려지면서 목표정원의 절반인 11명의 청년상인을 유치하는데 그쳤던 선산시장 청년몰 사업은 6명이 추가로 합류했다.

■30대 청년상인의 꿈 실현되다

이마트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문을 연 충남 당진 전통시장의 노브랜드 매장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의 2자 협업의 형태지만 이날 오픈한 선산봉황시장 매장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청년상인들이 협력한 3차원 상생모델이다.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청년 창업이라는 상생 모델을 추가했다.

이번 상생스토어는 선산시장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한 청년상인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김수연씨(39)는 2015년부터 시장 1층에서 천연비누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해왔다.2015년까지만 해도 김씨를 포함한 8명의 청년상인이 점포를 운영하며 청년창업의 꿈을 키웠으나 지금은 김씨를 포함해 2개의 점포만 남을 정도로 영업 환경이 악화됐다. 다른 점포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시장 밖 공터에 경북 최대 규모의 5일장이 서는 날을 제외하곤 영업이 어려운 날이 많아졌다. 김는 "이렇게 가다가는 모두 다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당진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사례를 접한 후 직접 상인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제안에 상인회도 구미시에 사업 협조 공문을 보내 이마트 노브랜드 청년상생스토어 유치에 시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시장 상인회는 이마트에 먼저 상생스토어 개설을 제안했으며, 이후 당진전통시장 벤치마킹.설명회 등을 거쳐 상인회 모든 구성원들의 100% 동의를 얻어내며 24년간 버려졌던 공간이 청년들의 새로운 희망의 일터로 재탄생하게 됐다.


박성배 선산봉황시장상인회 회장은 "처음에는 몇몇 슈퍼를 운영하는 분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시장을 살리자는 취지에 공감해 100% 동의를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padet80@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