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업이 알아야 할 법률상식]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노조 동의 없는 일방 도입은 위법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8 17:10

수정 2017.06.28 20:04

각 기관 노사합의 통해 자율 시행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 잡겠다며 적극 추진했던 성과연봉제가 도입 1년여 만에 수포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개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고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사실상 폐기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노조 동의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는 행위는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한국노총 금융노조 주택도시보증공사 지부가 회사를 상대로 "노조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5월 취업규칙을 개정해 기존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개정된 취업규칙에는 연봉제 적용 대상, 전체 연봉 가운데 성과연봉이 차지하는 비중, 차등 지급방법과 비율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노조 동의를 받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94조는 '사측이 취업규칙을 바꿔 기존 근로조건 내용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바뀔 경우 근로자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 개정으로 임금 총액이 기존 급여체계보다 증가했다 해도 개인에 따라 성과에 따른 유불리의 결과가 달라졌다"며 "하위 평가를 받는 노동자는 기존 임금이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개정에 해당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성과연봉제는 성과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월 간부급 직원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최하위 직급을 제외한 전체 직원으로 확대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후 5개월 만에 공공기관 119곳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마쳤다. 그러나 이중 48곳은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 거쳐 도입을 결정했다. 이후 해당 공공기관 노조가 줄소송을 제기했고 주택도시보증공사 소송에서 첫 무효 판결이 나왔다. 결국 이달 23일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공공기관 중 최초로 이사회를 열어 성과 연봉제가 담긴 보수규정을 개정했다. 공사가 1심 결과에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성과연봉제는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각 공공기관이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라는 의미다.
그동안 공공기관 노조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해 온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면 폐기와 다름 없다. 이 때문에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공공기관에서는 임금체계를 환원하는 이사회가 열릴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지급된 인센티브 반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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