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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원전 매몰비용 수조원 누가 책임지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8 17:39

수정 2017.06.28 17:39

전임자 예산낭비 꾸짖더니 똑같은 잘못 저지르려하나
정부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공사 계속 여부는 앞으로 석달가량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결정토록 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정부가 일부 탈(脫)핵 여론을 지렛대 삼아 공사를 아예 중단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 원전 공약 이행에 속도가 붙는 느낌이다. 하지만 절차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원전 건설은 에너지 안보, 중장기 전력수급, 전기료 수준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결정한다.
신고리 원전 5.6호기도 그런 과정을 거쳐 정부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승인했다. 법적 지위도 없는 배심원단이 뒤집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원자력 전문가의 참여를 원천 배제하고, 결정시한도 3개월로 못박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결론이 쉽게 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근혜정부가 2013년 고준위방폐장 건설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방폐장 건립은 아직 한 발자국도 못 나간 상태다. 심각한 사회적 갈등도 불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찬반 양론으로 지역사회가 갈렸다.

혈세 낭비도 큰 문제다. 30% 가까이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영구 중단되면 건설비와 보상비를 합쳐 2조6000억원, 매몰비용까지 최대 4조6000억원이 든다는 주장도 있다. 여기에는 애써 세계 수준으로 올려놓은 원자력 관련 기술과 산업의 후퇴는 포함시키지 않은 숫자다. 새 정부는 그동안 이명박정부가 4대강 건설과 해외자원개발에 수십조원을 날렸다고 비판해오지 않았는가.

원전 하나를 짓는 데는 부지 선정서부터 설계.건설까지 최소 10년이 필요하다. 마음 먹은 대로 뚝딱 지어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수십명의 전문가가 20년을 내다보고 5년마다, 그 밑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15년을 내다보고 2년마다 수정한다. 이렇게 촘촘히 해도 탈이 난다. 2011년 9.11 대규모 정전 사태는 전력수요를 잘못 짚어 일어난 인재다.

우리나라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은 70%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국민에게 공급하고 싶으면 치밀한 계획을 짜야 한다.
아무런 책임도 없는 비전문가 시민배심원단에 원전 존폐 여부를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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