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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EU, 구글에 과징금.. 우린 못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8 17:39

수정 2017.06.28 17:39

독과점 남용 문제 삼아 우리도 기준 만들어야
유럽연합(EU)이 27일(현지시간) 미국 구글에 과징금 폭탄을 안겼다. 24억2000만유로, 우리 돈으로 3조원이 넘는다.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불공정거래를 일삼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압도적인 검색 지배력을 바탕으로 자기한테 유리한 서비스 환경을 조성해 경쟁자들을 차별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유럽 검색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구글은 "제소를 검토하겠다"며 반발했다.


과징금은 유럽으로선 고육책이다. 정보기술(IT) 산업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구글을 비롯해 애플.아마존.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 알만한 이름은 다 미국 기업들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유럽에서도 큰 인기다. 문제는 이들이 독과점 지위를 앞세워 이익을 싹쓸이한다는 데 있다. 그렇지만 유럽엔 구글 등을 대체할 기업이 없다. 그러니 현재로선 '얄미운' 미국 기업에 과징금을 세게 매길 수밖에 없다.

세금은 또 다른 이슈다. 작년 여름 EU는 회원국 아일랜드에 대해 애플로부터 덜 낸 세금 130억유로를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우리 돈으로 약 17조원, 구글 과징금보다 6배나 많다. 법인세율이 유난히 낮은 아일랜드는 사실상 유럽에서 조세회피처 노릇을 한다. 애플은 이를 적극 활용하다 철퇴를 맞았다. 애플은 소송을 걸었고, 현재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른바 '애플세'는 BEPS, 곧 '역외탈세를 이용한 국가 간 소득이전 및 세원잠식' 논란의 핵심이다. BEPS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만큼 국제적인 이슈가 됐다.

무임승차를 둘러싼 갈등도 있다. 지난해 구글이 한국에서 지도 반출을 요청했을 때 제대로 세금도 안 내는 외국기업에 데이터를 공짜로 줄 수 없다는 여론이 일었다. 결국 지도 반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얼마 전엔 통신망 사용료를 놓고 국내 통신업체와 페이스북이 대립했다. 무임승차론은 국내기업 역차별론으로 이어진다. 국내법 지키면서 세금.망사용료 꼬박꼬박 내는 국내 IT 업체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독과점과 편법절세, 무임승차를 둘러싼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 거래가 갈수록 많아질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글로벌 IT 기업들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관심을 보인 것은 적절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외국기업들이) 아무런 비용도 지급하지 않고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행스럽게도 유럽이 총대를 멨다.
우리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공정한 경쟁, 공정한 과세의 틀을 마련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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