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검찰개혁, 순수성 의심 받지 않으려면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9 17:25

수정 2017.06.29 17:25

[데스크 칼럼] 검찰개혁, 순수성 의심 받지 않으려면

"검찰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오해가 참 안타깝습니다."

최근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결정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허위 혼인신고 판결문이 검찰개혁 저항세력에 의해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검찰 관계자가 답답하다는 듯 털어놓은 말이다. 법원 판결문에 검찰이 손 댄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며, 검찰은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이라고 단정해 앞뒤 따지지 않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기치로 내건 검찰개혁의 키워드는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확보, 민주적 통제를 통한 권력남용 차단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개혁의 형식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에서 드러난 것처럼 기수와 서열문화 파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및 낙마한 안 전 후보자에 이어 박상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의 법무부 장관 지명과 같이 비검찰 인사를 통한 법무부 탈검사화와 쇄신 가속화로 해석할 수 있겠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제기하는 항고가 매년 늘어나고 소위 청와대 하명설이 파다한 사건에서 검찰이 기소한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가 드문 일도 아니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불신은 당연하다. 따라서 검찰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른바 정치검사에 대한 물갈이 등이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의 핵심의제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몇몇 장치를 만들고 일부 인사를 솎아낸다고 해서 검찰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정권 초기 적폐청산과 개혁을 명분으로 소위 코드가 맞는 특정세력을 전위로 내세워 몰아붙이기식 칼날을 휘두른다고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의구심이 크다. 개혁 주체세력의 '순수한' 의도와는 상관 없이 개혁을 앞세워 오히려 검찰을 장악함으로써 또 다른 코드에 순치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개혁의 목소리는 컸으나 번번이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역사의 교훈을 새겨봄 직하다.

그런 점에서 "검사 개개인이 개혁대상이 아니라 정권을 위해 줄서기를 했던 극소수의 정치검사들이 문제가 있을 뿐"이라며 "대다수 검사들은 검찰이 정치적 줄서기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최근 차담회 발언을 주목한다. 정치권, 터놓고 말해 청와대로 대변되는 권부의 입맛에 맞게 수사 및 기소권을 남용하는 정치검사 발호가 검찰권을 욕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의 골자는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 내지 개입을 막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을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것처럼 준사법부인 검찰 역시 검찰권 독립의 핵심인 검사 인사권을 청와대, 법무부가 아니라 '신뢰받는' 검찰총장이 행사함으로써 외풍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별도 인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인사권 오.남용 방지 및 일선 검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 대폭 이양 등 '제왕적 검찰총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보완장치 마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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