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물관리일원화 반대, 왜 숨어서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 이른바 대통령 임기 시작 후 '제5호' 지시를 내렸다. 30여년간 수질과 수량으로 나눠 관리했던 '물'을 환경부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있던 사항이다. 수질, 수량, 재해예방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에서 결정하고 균형을 잡아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의 구상대로라면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국토교통부 수자원국은 환경부로 이관돼야 한다. 국토부 산하기관으로 5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주무르는 수자원공사도 환경부 영역으로 넘어온다.

당장 해당 부처인 국토부와 환경부는 희비가 엇갈렸다. 조직 축소가 예고된 국토부는 긴 한숨을 내쉬었고 환경부에선 그 반대인 기대의 표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미 공약에 들어 있었고 부처 간 논의를 했던 내용이었으나 발표 당시엔 마치 몰랐던 것처럼 그렇게 표현했다. 그래도 직접적인 반대나 반발의 목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혀 다른 얘기가 조금씩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점점 세력을 확장했고 자기들만의 논리를 만들더니, 최근에 하나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됐다.

수량.수질은 각각 집행과 감독의 역할인데 두 기능을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하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요점이다. 물관리의 견제와 감시를 위해선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도로와 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잘 모른다며 걱정하기도 했고 근거가 없는 선진국 사례도 제시됐다.

이들 주장은 국회나 신문 칼럼을 통해 대부분 피력되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전면에 나섰고 일부 국토교통수자원 전문가들은 칼럼으로 측면 지원하는 형태다.

그러나 정작 물관리 일원화 이해당사자는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국회나 협회 뒤에 숨어 있는 그림자만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물론 최고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드러내놓고 반대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정부 조직개편에서 통상기능을 지켜낸 다른 부처의 사례도 눈에 들어왔을 것 같다. 30년간 수차례의 물관리 일원화 시도를 막아냈던 선배들의 시선도 부담됐을 것이라고 짐작 가능하다.
거대조직이 축소될 경우 후배들의 원망도 걱정됐으리라.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 낸 논리가 정당하고 떳떳하다면 공개된 장소에서 주장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견제와 감시는 수량.수질 관리를 위해 부처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정부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조직이 유지되든, 축소되든 그것이 건강한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