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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Health] 에어컨이 부른 병, 냉방병.. 소화기 계통에 증상 나타나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9 18:09

수정 2017.06.29 18:09

고열.배탈.구토 등 소화기 계통에 증상 나타나
감기 증상 심하다면 레지오넬라증 의심해봐야
에어컨 속 고인물에 있던 '균' 공기중에 퍼지며 몸에 들어와
에어컨 필터 2주에 한번 청소 하루 최소 3~4시간 실내 환기를
[yes+ Health] 에어컨이 부른 병, 냉방병.. 소화기 계통에 증상 나타나

더위가 찾아오면서 실내에서 에어컨을 켜는 일이 잦아진다. 하지만 과도한 냉방으로 인해 여름감기 증상을 앓는 사람도 늘어난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29일 "바깥보다 실내 온도가 5~8도 이상 낮은 곳에 장시간 머물면 '이상냉감'에 의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능력이 떨어진다"며 "사람은 기온 변화에 인체가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몸이 여름인지 겨울인지 구별을 못할 정도로 실내 온도가 낮으면 인체가 적응하지 못하고 감기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호흡기에 염증이 생겨서 오는 질환이다. 하지만 여름 감기 증상은 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라 급격한 온도변화 등에 몸이 잘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냉방병'인 경우가 많다.

■냉방병, 열나고 소화기 증상 동반

냉방병에 걸리면 열이 많이 나고 배탈, 설사, 구토 등 소화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겨울철 감기인 기침이나 가래 등의 증상과 다르다. 특히 감기에 걸리면 몸의 체온이 올라가는데 냉방병으로 인한 여름 감기는 더운 날씨가 체온을 올리기 때문에 체온을 정상적으로 잡아주기가 힘들다.

냉방병이 발생하는 것은 실내와 외부의 온도 차이가 크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위장 운동기능이 조절되지 않고, 호르몬 분비와 스트레스에 대한 조절반응에 이상이 생긴다. 따라서 전신 피로감,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또 에어컨을 틀면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실내 공기 질에도 문제가 있다. 냉방기구를 틀면 냉기를 보존하기 위해 실내를 밀폐된 공간으로 만든다. 이 때 실내 공기의 유해물질과 병원균의 농도가 높아진다. 이로 인해 눈물, 기침, 콧물, 인후통 등 점막 자극 증상도 발생하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냉각기 속 세균감염도 주의해야

또 감기 증상이 심하면 '레지오넬라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매년 6~8월이 되면 환자가 집중되는 레지오넬라증은 물에서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레지오넬라균은 물만 있으면 어디나 번식할 수 있다. 주로 냉각탑수, 에어컨, 샤워기, 수도꼭지, 가습기, 분수대, 목욕탕, 찜질방 등의 오염된 물 속에 있다가 작은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져 사람 몸에 들어온다. 이 균은 사람 간에는 전파되지 않는다.

레지오넬라균 감염증은 독감형과 폐렴형으로 나뉜다. 독감형은 발열, 오한, 마른기침, 콧물 등 경미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폐렴형은 24시간 이후에 발열이 생기고 폐에 염증이 생겨 기침, 호흡 곤란 등이 생기며 심각한 감염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합병증으로 심근염, 심외막염, 부비동염, 봉소염, 복막염, 신우신염 등도 발생할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윤진희 교수는 "레지오넬라증 초기에는 감기 등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마른 기침, 권태감, 두통,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특히 만성폐질환자, 흡연자, 당뇨환자, 신부전증 환자, 면역력 저하 환자 등에서는 감염 위험이 증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어컨 소독과 환기 필수

냉방병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냉방기구의 사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좋아진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면 냉방기구를 끄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또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긴 옷을 입도록 한다. 위장 장애가 함께 나타날 경우에는 따뜻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하면 좋다.

레지오넬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에어컨 필터, 냉각기 등의 정기적인 소독과 점검이 필수다.
2주일에 한번은 에어컨 필터를 깨끗이 청소하고 하루에 최소 3~4시간마다 한번씩은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시키는 것이 좋다. 실내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실내 공기의 질과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 교수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마른 기침, 권태감, 발열 등의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냉각시스템을 점검해 오염이 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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