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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걸 다..] 스타벅스는 노량진을 왜 포기했을까?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1 09:00

수정 2017.07.01 09:00

서울에 420개, 1.44㎢ 당 1개 흔하디 흔한 스타벅스... 노량진은 無
기업이 결정할 사항이지만... 아쉬운 사람들
사진=파이낸셜뉴스DB
사진=파이낸셜뉴스DB

우리나라 국민의 커피 사랑은 대단하죠. 꼭 전문점뿐만 아니라 믹스커피, 편의점 파우치커피, 스틱포장커피 등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한 명이 이렇게 377잔을 마셨습니다. 2014년부터 평균 9.3%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채롭게도 우리나라는 커피 수출국입니다. 다름 아닌 믹스커피인데요. 프림(크림)과 설탕이 몸에 안 좋다는 인식으로 차츰 수요가 줄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잘 나갑니다. 러시아, 중국, 그리스가 우리나라 믹스커피를 좋아합니다.


2000년 초반 젊은층부터 몇백 원짜리 달콤한 자판기 ‘다방커피‘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1999년 이화여대 앞 1호점을 열고 한국에서 발을 넓혀간 시기와 맞물립니다. 당시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 여대생은 ‘된장녀‘ 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학생식당보다 비싼 커피는 허영과 사치의 대명사였습니다.

그러기도 잠시, 전 국민이 아메리카노의 씁쓸한 매력에 빠졌습니다.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도 작년에 4조 원을 넘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전국에 1000개 넘은 매장을 가진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서울 주요상권은 여러 전문점들이 가세한 전쟁터입니다.

서울에 스타벅스는 420개(홈페이지 자료 기준)나 있습니다. 매장수로만 보면 토종 이디야커피(593개)가 더 많지만, 면적이 작고 대부분 가맹점입니다. 이디야는 2015년 기준 직영점 비율이 0.44%에 불과합니다. 스타벅스와 견줄 만한 매장 면적을 가진 브랜드 중에 투썸플레이스(217개), 탐앤탐스(152개)가 뒤를 잇습니다. 이들도 직영점 비율이 2015년 기준 10%가 안 됩니다.

스타벅스는 100% 직영점인 데다 매장수도 월등히 많아 업계에서 의미가 큽니다. 서울 면적이 약 605㎢이고 420개 있으니 단순하게 계산해도 1.44㎢ 당 1개입니다. 체감상 동네마다 한두 개씩 있는 게 사실입니다. 광화문·강남·신촌·여의도·대학로 같은 대형상권은 물론이고 노원역, 건대입구역, 천호역, 가산디지털단지역, 신림역, 영등포역 등 주변으로 최소 2개 이상 볼 수 있습니다.

420개 매장이 모두 대형상권에만 있을 수 없으니 꼭 큰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들어갑니다. 또한, 지하철역 접근성이 좋지 않아도 입점합니다. 한남동점·동빙고점·구의DT점·황학사거리점 등은 가장 가까운 역에서 약 1Km나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대표 상권 중 한 곳인 노량진역에는 스타벅스가 없습니다. 노량진역은 전국적 인지도는 물론 유동인구도 수준급입니다. 각종 공무원학원 등이 몰려 있어 현시대 청년의 상징으로서 언론에 오르내린 지 한참됐습니다. 올해 2월 서울시 자료를 보면 2016년 노량진역 앞에서 승차하는 ‘동작01번’은 서울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마을버스입니다.

노량진에 스타벅스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브랜드 파워가 남다르고 매장수도 월등히 많은데도 말입니다. 인기를 증명하듯 노량진 스타벅스를 찾는 질문은 온라인에서 단골입니다. “없다”는 대답에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를 분석하기도 합니다. “주변에 저렴한 커피가 많아서 스타벅스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수험생이 자리를 차지하고 공부한다면 테이블 회전율이 낮을 것이다“,”단점이 큰 상권에서 직영으로 운영해야 하니 위험을 떠안지 않는 것이다”라는 겁니다. 이처럼 유동인구는 많지만 단점이 커서 상쇄하기 힘들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기업이 여러 변수를 고려해 자유롭게 결정하겠지만, 사람들의 추측에 대해 스타벅스에 물었습니다. 관계자는 “(테이블 회전율 문제 등) 특정한 이유 때문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입점 결정은 임대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어 “지역 자체를 따지지 않는다. 노량진과 비슷한 성격인 대학교 앞이나 다른 학원가에도 입점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주요 커피전문점 중 일부만 살아남은 것을 보면 노량진이 쉽지 않은 곳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역 주변에서 투썸플레이스·할리스·커핀그루나루·탐앤탐스만 영업 중입니다.
파스쿠찌·카페베네는 있었지만 폐점했습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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