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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30 17:30

수정 2017.06.30 21:29

[여의도에서]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

잊고 지내던 고교 동창에게서 연락이 왔다. 강북의 재건축 A아파트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하려는데 동행해서 입지 등을 봐달라는 거였다. A아파트는 낡고 변두리에 위치해 서울 평균 아파트가격(6억원)의 절반가였다. 동창은 최근 부동산상승을 보고 더 늦으면 주택구입을 할 수 없을까봐 조바심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노후한 A아파트에 거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자신은 신규 아파트에 전세로 살거라고 했다.
현지 공인중개사에게 물어보니 낡은 A아파트 구매자들은 대부분 갭투자자라고 했다.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이런 낡은 아파트에 살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요즘 강남.북 가릴 것 없이 재개발 재건축 및 신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다. 낡은 주택지역이 새 아파트로 바뀌면 삶의 질도 크게 바뀐다. 주변이 잘 정비되고 출퇴근, 주차, 육아.교육 등이 편리해진다.

과거엔 강남권 재건축 등 신축 아파트가 가격상승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웬만한 강북지역도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억소리' 나게 오른다. 강남에서 촉발된 재개발.재건축 신규 아파트붐이 강북으로 번져가고 있다. 새 아파트라면 강북도 10억원대 중소형 단지가 흔해졌다.

서울 등 주요지역 새 아파트 청약 경쟁도 수십대 1은 기본이다. 입지가 좋은 견본주택에서 줄서기는 2~3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땡볕에도 견본주택 방문행렬은 줄을 잇는다. 정부가 6.19부동산대책으로 청약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있지만 실수요자들도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지방은 미분양이 넘쳐난다지만, 서울은 200여가구에 불과하다. 그만큼 서울에서 신규 아파트 희소가치는 높아졌다.

반면 더이상 택지가 없는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공급하기가 어려워졌다. 재건축.재개발은 추진위, 조합을 설립하고 아파트를 공급하는데 10년이 걸린다. 그만큼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절차도 복잡하다. 조합.지자체 등의 갈등으로 세월만 허비하는 경우도 많다.

주로 1991~1992년 입주한 1기 신도시 아파트들도 재건축 연한(30년)이 다가온다. 1기 신도시 주거 여건도 점차 낙후되고 있다.

이처럼 주거환경은 열악해지지만 내년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으로 신규 주택 공급은 지연될 전망이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넘쳐나니 신규 아파트 희소가치는 커졌다. 이는 주택 가격상승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신규 아파트 수요에 걸맞은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다주택자 등 투기세력을 억제하겠다는 정부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주택 및 개선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수요자들의 꿈도 꺾지 않기를 바란다.

또 주택 가격상승으로 내집마련이 어려운 청년, 서민 등에는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 늘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사는 임대아파트가 아니라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임대아파트가 되면 좋겠다. 예산 등의 부담은 클 것이다.
하지만 요즘엔 누구도 낡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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