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가치투자 펀드매니저의 이유있는 변신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2 17:06

수정 2017.07.14 17:12

[차장칼럼] 가치투자 펀드매니저의 이유있는 변신

지난 6월 28일 오후 5시 판교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본사 회의실. 여의도를 대표하는 가치투자 큰손인 허남권 신영운용 대표,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 최준철-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 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가치투자 큰손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이 10년 만에 야심작으로 출시하는 알파로보펀드에 대한 운용전략 등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열린 설명회 중간중간 가치투자 멤버들의 다양한 의견과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벤치마크는 어떻게 쓰시나요" "로보시스템이 펀드 편입 기업을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7월 3일 알파로보펀드의 본격적인 출시에 앞서 내로라 하는 여의도 가치투자자들이 이날 제시한 의견들은 향후 펀드 운용에 소중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1세대 가치투자 매니저이자 '미다스의 손'으로 알려진 강방천 회장이 최첨단 인공지능시스템으로 중무장한 알파로보펀드를 선보인 이유는 오차 없이 더 나은 장기투자 성과 추구 때문이다.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에셋플러스의 투자철학에 합리적인 의사결정, 오차와 변동성을 줄인 자체개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탑재한 것이다.
더욱이 운용업계 최초로 운용보수를 받지 않겠다는 파격 선언도 했다. 이 펀드의 성과가 2% 이상 나면 수익의 10%를 성과보수로 받겠다는 것이 골자다.

업계 유명 가치투자 전문 자문사로 기관투자자들에게 명성을 쌓아온 한가람투자자문도 지난해 말부터 재도약 구원투수로 로보어드바이저 전략을 도입한 랩 상품을 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도입한 차세대 인공지능 운용관리시스템, 일명 로보어드바이저 전략 도입 이후 성과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업계 유명 가치투자 전문 금융사들이 잇따라 로보어드바이저 전략을 선택해 재도약에 나서는 배경에는 그간 겪은 부침도 한몫했다. 에셋플러스는 근래 주요 매니저들의 이탈과 그에 따른 수탁고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출범 이후 승승장구하던 한가람투자자문도 지난해 주식형 상품의 성과 부진 등으로 수탁고가 감소했다.

이들 회사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의 투자철학은 지키면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성과를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로보어드바이저 전략인 셈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굴지의 가치투자 대가들이 본래 가진 투자철학과 기업을 바라보는 인사이트 본질 자체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와 산업이 변화하면서 예기치 못한 변수들도 많다. 인간인 펀드매니저가 이를 극복하고 감당하기엔 다소 무리와 변동성이 따르는 것도 현실이다.
때문에 태평스럽게 본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들 가치투자 1세대 매니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여의도 투자의 한 시대를 장식했던 이들 가치투자 대가가 변화하는 세대에 맞춰 내놓은 '가치주 마리아주'가 과연 어떤 시너지로 나타날지 기대가 크다.
어쨌거나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남들이 가지 못하는 도전의 길에 승부수를 띄운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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