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정우현에서 오버랩되는 박근혜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3 17:10

수정 2017.07.03 17:10

[기자수첩] 정우현에서 오버랩되는 박근혜

"실망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근래 들어 흔치 않게 두 차례 대국민사과를 한 인물이 2명 있다. 한 사람은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으며 철창 신세를 지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또 다른 사람은 최근 갑질 논란에 휩싸인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다.

두 사람은 진심 어린 사과든 아니든 간에 각각 국정농단 사건과 갑질 논란으로 인해 두 차례 국민에게 용서를 구했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혐의와 의혹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거나 인정하지 않는 모습도 비슷한 모양새다.

정 전 회장은 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정 전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말이 없었다.

보다 못해 '아무 말씀을 하지 않을 것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겨우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물음에는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검찰에 들어가서 답변하겠다"는 의례적인 말뿐이었다. 앞서 지난달 26일 대국민사과를 하는 자리에서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지만 혐의나 의혹을 인정하는 모습은 없었다.

지난해 경비원 폭행 사건에 이어 올해 제기된 가맹점 치즈 강매(치즈 통행세), 가맹점주의 자살까지 불러온 '보복 출점' 의혹, 친인척이 운영하는 간판업체를 지정해 가맹점들이 비싼 가격에 간판을 교체하도록 하거나 회장 자서전을 가맹점에 대량으로 강매한 의혹 등 진실을 고백하고 사과할 일이 한둘이 아니라는 지적에도 말이다.

피해를 받은 상대방에게 해결책 제시에 앞서 진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은 상식이다.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사퇴하거나 점주들과 상생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 전에 의혹을 규명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날 검찰이 정 전 회장을 상대로 치즈 통행세와 보복 출점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서 의혹에 대한 진실을 고백하고 혐의를 인정하는 등 국민이 이해할 만한 용서의 자세를 취할지 주목된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과 오버랩되는 이유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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