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이 필요하다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3 17:10

수정 2017.07.03 17:10

[기자수첩]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경주의 '황리단길'이란 곳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황리단길은 경주 황남동의 골목에 카페와 음식점들이 새로 자리를 잡으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지어진 것인데, 이런 문화를 아는 사람들은 '000길'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벌써 골목의 트렌디한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다.

경리단길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2동 국군재정관리단 정문에서부터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이다. 지금은 국군재정관리단으로 통합된 육군중앙경리단이 있었기 때문에 경리단길이라고 부르게 됐다. 인근에 미군 부대가 있다는 특수한 환경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다수 거주해 이국적 분위기의 식당과 개성 있는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길 이름 만으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서울 망원동은 '망리단길'이 됐고, 전북 전주에는 소자본 청년창업가들이 모여 상권을 만든 '객리단길'도 생겼다. '000길'이라는 이름이 생긴다는 것은 그 지역 상권이 살아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하지만 상권이 살아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상가 임대료가 오른다는 뜻도 된다.

실제 서울지역 소규모 상가의 임대료가 대폭 상승해 집합상가 임대료를 추월했다. 서울시내 소규모 상가의 3.3㎡당 임대료(1층 기준)는 지난해 4·4분기 15만4500원에서 올해 1·4분기 17만3000원으로 한 분기 만에 11.97% 급등했다. 소규모 상가란 일반건축물대장상 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로 주택가 주변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상가다. 같은 기간 의류쇼핑몰, 전자상가, 푸드코트 등 유사 업종 상가가 다수 모여 있는 집합상가 임대료는 3.79% 오르는 데 그쳤다.

가파르게 오르는 임대료에 망원동 상인들은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을 쓰지 말자는 반대운동까지 하고 있다. 낙후됐던 구도심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아보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5년인 상가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연장하고, 재계약 때 상가 임대료 상승 한도를 낮추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상가건물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현행 9%에서 5%로 낮추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국정운영동력이 어느 때보다 강한 이 시점에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명확한 대책도 나오길 기대한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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